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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모호하게 해 사실을 부정해온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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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일본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인 자경단이 저지른 6,000여 명의 조선인 학살사건. 일본 역사수정주의의 전파자로 꼽히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2019년 관련 논문 한 편을 발표한다. 학살 여부가 아니라 조선인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 와타나베 노부유키의 ‘관동 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은 ‘학살은 없었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반박한다. 지진 직후 ‘조선인 폭도들이 불을 질렀다’, ‘피난민 수송열차를 폭파하려 한다’는 등 선정적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이는 지진으로 집도 절도 잃은 일본인들을 자극했고 끔찍한 조선인 학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당시의 신문 기사, 기사를 낸 신문사의 사사(社史) 등을 꼼꼼히 훑는다. 교통·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당시 기자들은 피난민들에게 들은 풍문, 철도 통신망, 경찰의 전문 등의 내용이 검증 없이 기사화했고 결국 대부분 ‘오보’로 드러났다고 책은 밝힌다.
일본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직접 목격한 학살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국제문제로까지 번질 기미가 보이자 일본 치안당국은 물타기를 한다. 유언비어가 전한 조선인들의 범죄도 실재했고, 조선인 학살도 있었다고 발표한 것. 정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당국이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조율해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짓현실이야말로 일본인들에게 ‘기분 좋은 세계’라는 것, 일본 지배권력은 학살 사건을 건드리지 않게 조종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고 ‘학살 부정론’에 틈새를 줬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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