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친명 핵심 ”이재명 구속돼도 최소 12월 말까지 옥중 당대표직 유지“

입력
2023.08.16 18:00
24면
구독

친명 주류 ”당 지도부 전원 사퇴해야 비대위 가능“
與 ”체포동의안 가결 후 영장기각되면 극적 부활, 비명 숙청“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용산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을정국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만에 하나 이 대표가 실제 구속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정치권에 끼칠 파장은 예측하기 힘들 만큼 메가톤급이다. 여의도에선 영장청구 시기와 그 결과는 물론, 여야 각 당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따지느라 긴박하다. 검찰의 영장청구는 ‘8월설’과 ‘9월설’로 나뉜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건을 묶어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데다,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재판이 파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선 9월 이후 설에 좀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재명 변수에 따른 변화의 태풍은 국민의힘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지켜보는 여당도 복잡한 심경이 잠재된 것이다. 여야의 생생하고 노골적인 속내를 들어본다.

이재명 구속여부 놓고 벼랑 끝 민주당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국회 회기 중 날아들 경우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올 2월 첫 동의안 표결 땐 ‘가결표가 더 많은 아슬아슬한 부결’이었지만 이번엔 조건이 달라졌다. 이 대표가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을 한 가운데 명확한 당내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 까닭이다. ‘이재명 구속여부’에 당의 앞날이 달려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 범친명계 의원은 16일 본보 통화에서 “상황이 긴박함에도 당원들 분위기가 ‘구속되면 민주당 총선압승’이라며 명쾌해 놀랐다”면서 “검찰이 현직 야당대표를 구속시키면 엄청난 분노로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에 나서고, 비명계도 이 대표 리스크가 사라져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현장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의 영장 카드가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이 대표는 극적인 반전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강성지지층은 군사정권시절 야당의원의 ‘옥중당선’ 사례를 떠올릴 만큼 결연한 태세다.

그러나 구속된다면 민주당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 게 분명하다. 부산의 친노·친문계 전재수 의원은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2년 가까이 드잡이를 한 검찰수사의 정당성이 치명상을 입는다”며 “반대로 구속이 되면 민주당은 당을 ‘리빌딩’하는 수준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어느 쪽이 되든 총선을 앞두고 가장 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대여 공세의 승부처인 가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예산심의 기간 야당대표가 없는 모습은 전략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이 대표 부재시 비상체제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정작 친명 주류 측 기류는 어떨까. 친명 핵심그룹 중 한 의원은 최악의 경우에 대한 물음에 “검찰 수사가 여당의 총선승리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니 영장청구는 늦어질 것”이라며 “구속되더라도 당대표직을 내려놔선 안 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헤쳐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옥중에서 당대표를 유지한 채 비대위가 꾸려지는 가설에 대해 “이 대표뿐 아니라 당 지도부 최고위원들이 다 같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는 불가능하다”며 “최소한 12월 말까지는 당대표를 무조건 갖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전에 사퇴하면 규정상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정청래 최고위원의 당선이 유력해 별도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유다.

비명계의 생각은 판이하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구속을 면하면 사법리스크에서 기사회생할 수도 있지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가봐야 안다”며 “연말까지 당대표를 연명하는 데 그치고 구속이 된다면 역풍보다 ‘거봐라’식이 될 소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신뢰가 훼손된 이 대표 리더십의 ‘맷집’이 문제지 구속여부는 변수가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서 “최악이 닥치면 박광온 원내대표의 당대표대행 체제로 가면서 비대위를 준비하고,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에도 영향을 끼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은 친명·비명 간 잔혹한 시험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체포동의안이 날아드는 과정에 맞닥뜨릴 딜레마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도중 영장청구가 이뤄지면 ‘회기 쪼개기’를 할 방침이다. 해당기간만 국회를 일시적으로 닫아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9월로 넘어가면 정기국회라 연말까지 국회가 항상 열려있어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구속이 된다 안 된다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민주당으로선 굉장히 힘들다”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의원총회에선 ‘정당한’ 영장청구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달지 않았나. 특권을 선제적으로 포기했던 비명계 31명 때문에 가결은 될 것이다. 그러면 체포안이 정당하다는 걸 인정하는 격이라 부당한 검찰수사란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린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회기 쪼개기도 ‘국회가 이재명 한 사람, 민주당 것이냐’는 욕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표결과정에 혹시 모를 당내 난맥상을 막기 위해 국회일정을 조정하는 게 맞냐는 비판에서다.

민주당은 동의안 표결이 현실화하더라도 ‘가결투표’를 당론으로 정하진 않을 계획이다. 많은 의원들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 피고인의 방어권 보호를 외면하고 헌법상 권한을 포기하는 게 현실에 맞냐는 생각이 뚜렷한 편이다. 결국 이 대표가 ‘가결’을 명시적으로 주문했는데 부결되면 ‘방탄논란’상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앞뒤가 막힌 난감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뭘까. 한 비영남권 의원은 “이재명 영장이 기각되면 누가 봐도 무리한 야당탄압에 강압수사를 맞게 된다. 검찰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당에 더 치명적”이라며 “의원 배지 뒤에 숨지 말라고 그렇게 공격했는데 이 대표가 영장심사 받고 면죄부를 받는 결과가 나오면 우리도 답이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개인적 예측이라며 “이 대표 입장에서 동의안이 부결되면 국회가 지속되는 연말까지 구속 위험성은 사라진다. 대신 ‘방탄논란’은 남아있으니 실권을 쥔 채로 비대위로 갈 수 있다”며 “그러나 동의안은 가결시켰는데 영장이 기각되면 비대위로 갈 가능성 0%에 완전히 당을 장악하고 비명계를 숙청에 가깝게 공천배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운명’에 국민의힘도 태풍에 휘말릴 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선 반사이익에 안주해 온 상황이 붕괴된다며 이 대표 구속이 “대형 참사”라는 반응이 없지 않다. 겉으로는 이 대표 영장이 기각돼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19명이 추가로 특정돼 민주당의 도덕성을 계속 공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속내는 불안한 것이다. 비영남권 친윤계 의원은 “영장이 기각돼 이 대표가 부활하는 것도 문제지만 민주당의 격변 가능성을 더 주목하고 있다”며 “중도층이 떨떠름해하는 이재명 변수가 사라지는 건 우리 쪽에도 태풍이 옮겨오는 격”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내부쇄신의 호랑이 등에 타면 국민의힘도 김기현 지도부를 바꿀 혁명적 변신이 불가피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넋 놓고 당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의원·당협위원장 그룹은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여당 비대위’ 필요성이나 국면전환용 ‘여권 신당’ 얘기까지 잠재돼 있다는 전언이다. 신평 변호사가 ‘윤석열 신당’ 화두를 꺼냈다가 해프닝으로 치부되긴 했어도 정치권에선 ‘창당전문가’로 불려온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무수한 설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가 전국조직이란 점 역시 정당으로 변신할 전위대 역할이 가능하다는 설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 소식통은 “인물군의 수준으로 보면 국민통합위가 거기까지 가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김한길 역할론’은 여당의 비상체제 가동시 살아있는 카드다. 대통령이 이미 여당을 장악하고 있어 ‘윤석열 신당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민주당이 분당사태로 치달을 경우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석원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