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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요금 1년 새 25% 폭등…소비자 지갑 위협하는 '스트림플레이션'

입력
2023.08.19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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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요금 10개월 만 또 인상키로
OTT 업체들, 손실 메꾸려 잇달아 요금 올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운영하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운영하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운영하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의 미국 요금이 또 오른다. 디즈니는 최근 2분기(4~6월) 4억6,000만 달러(약 6,15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하면서 적자 개선을 위해 무(無) 광고 요금을 10월부터 3달러 올리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영상 시작 전후나 중간에 광고를 보는 대신 월 요금이 7.99달러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무광고 요금제의 최저 가격은 기존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광고 요금제 가격을 또 올리는 것이다. 2019년 디즈니+ 출시 당시 가격(6.99달러)과 비교하면 정확히 두 배에 달한다.

가격 인상은 디즈니+만의 얘기가 아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OTT들의 무광고 요금제 가격이 평균 25%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줄줄이 소비자 부담을 키운 결과다.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는 최근 무광고 요금제 가운데 가장 저렴한 월 9.99달러짜리를 아예 없애버리는 방식으로 요금 인상 효과를 노렸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올린 것을 일컬어 미국에선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OTT 요금의 급격한 인상은 누적된 적자를 메꾸기 위한 업체들의 고육책이다. OTT 업체들은 서비스 출시 초반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한 뒤 손실을 차츰 메꾸는 전략을 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1년 동안에만 애플TV, 디즈니+ 등 4개의 OTT가 나타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부분 업체의 구독자 증가세가 멈췄다. 넷플릭스마저 지난해 1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자가 이전 분기보다 20만 명 빠졌을 정도다.

가격을 올려도 구독자가 많이 이탈하진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깔렸다. OTT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최소 한 개 이상의 OTT를 구독 중인 미국 가정은 평균 4.1개 서비스를 이용하며 매달 29.64달러를 쓰고 있다고 한다. 2018년 대비 두 배 많은 액수다. OTT만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국인들의 전체 영상 시청 시간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닐슨은 밝혔다. 반면 OTT 비중은 37.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디즈니는 최근 가격 인상과 함께 디즈니+와 훌루를 개별 구독했을 때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요금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한 전략으로 경쟁 업체들에서도 비슷한 요금제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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