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훈련, 나를 지키는 '20분'

입력
2023.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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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대비 전국 민방위 훈련 안내 포스터. 행정안전부 제공

공습 대비 전국 민방위 훈련 안내 포스터. 행정안전부 제공

40년 전인 1983년 8월 23일 밤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 동안 서울 시내 전역에 걸쳐서 민방위 훈련의 일환으로 '등화관제훈련'이 실시되었다. 적국의 비행기가 야간에 서울을 공습했을 때를 대비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훈련이었다.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암흑으로 변했고, 더러 소등하지 않은 집은 이웃집에서 불을 끄라는 소리를 듣는 등 긴장감 있게 훈련이 진행되었다.

민방위 훈련의 역사를 돌아보면, 1970~80년대 민방위 훈련은 매달 15일 오후 2시경에 30분 정도 실시되었고, 전 국민이 당연하게 훈련에 참여했다. 사이렌 소리에 맞춰 행인들은 물론 차량도 제자리에 멈춰 민방위대의 지시를 받았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수업을 받다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던 기억이 역력하다. 나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우리 부모 세대들은 한국 전쟁의 혹독함을 잊지 않았던 시절이라 실전처럼 참여했던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우리 턱 밑에서 핵과 미사일로 시시때때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38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서울과 경기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13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 탓에 훈련을 할 수 없었고, 올해 5월 16일에서야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학교를 중심으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8월 23일에는 6년간의 공백을 깨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을 다시 실시한다. 훈련 시간은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이며, 경보 사이렌이 크게 울리고 15분 동안 국민과 일부 차량의 이동이 통제된다.

이때 국민 여러분은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나 지하철역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만일 근처에 대피소가 없으면 가까운 건물의 지하공간으로 대피하면 된다. 차량 이동통제 훈련은 전국 주요 도로 중 일부 구간에서 실시되며 사이렌 소리에 맞춰 도로 오른쪽에 정차해야 한다. 대피하신 분들은 라디오 생방송을 청취하면서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을 익혀야 한다.

정부는 훈련에 앞서 민방위 대피소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앱'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에서도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찾을 수 있다. 전국 모든 민방위 대피소에는 담당 공무원과 민방위대장이 배치되어 훈련에 대비할 것이다.

특히 실전과 같은 훈련을 위해 북한이 코앞인 백령도와 연평도에서는 주민 출도 훈련이, 영종도에서는 부상자 이송 훈련이 진행된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잠시 동안의 불편함을 뒤로하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동참해야 한다.

여전히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시민이 출간한 '전쟁의 일기:우크라이나의 눈물'이라는 책에는 "인생 35년을 모두 버리는 데 고작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8월 23일 사이렌이 울리면 일상을 멈추고 나를 지키는 '20분'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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