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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세로·루디·사순이의 잇따른 탈출과 죽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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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동물들의 탈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야생동물 사육 허가와 기준을 강화하고 열악한 시설의 야생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15일 경북 고령군 한 사설 목장에서 키우던 사자 '사순이'가 사육장을 탈출했다 사살된 것을 두고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야생동물 사육시설을 이토록 태만하게 다루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환경부가 이런 시설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자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에 해당하는 종이다.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사이테스 종 중 포유류 및 조류(앵무새 제외)는 개인의 사육이 불가능하지만, 이는 2005년에 제정됐다. 즉 2005년 이전부터 사육되던 사순이는 법이 마련되기 전부터 사육한 동물로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사자 사순이가 살았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정부가 정한 사자 사육시설 설치기준은 '넓이 14㎡, 높이 2.5m'가 전부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드넓은 초원에서 무리를 이뤄 사냥을 하는 사자에게 14㎡는 일생을 보내기에 말도 안 되는 면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순이) 온라인 영상을 보면 외부인에게 과도한 공격성을 보이고 철제 배식구를 앞발로 반복해서 긁는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야생동물산업의 이윤을 지켜주느라 동물복지를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도 "해당 시설은 사자가 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고, 그 안에는 동물이 무료함을 해소하거나 습성을 충족할 수 있는 조형물 하나 없었다"며 "총에 맞아 죽은 사자의 사체는 비쩍 마른 모습으로, 해당 시설이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만 동물원과 민간 사육 시설에서 동물 탈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의 탈출 원인은 대부분 관리 부실이었다. 올해 1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동물농장에서 새끼 사자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생포됐는데, 먹이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3월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부서진 울타리를 통해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이달 11일에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침팬지 두 마리가 청소를 하러 들어온 사육사를 밀치고 탈출했고 이 중 '루디'는 마취총을 맞고 회복하던 중 기도가 막혀 숨졌다. 14일 사육장을 탈출한 뒤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사자 사순이도 관리인이 청소할 때 사육장 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들은 먼저 정부가 야생동물 사육시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허가나 등록 없이 누구나 야생동물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수입되고 사육되는 야생동물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지는지 정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야생동물 사육시설의 안전과 동물복지 현황을 꼼꼼히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도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고 있지만 정부는 몇 개의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사육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탈출 사건은 어쩌다 발생한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야생동물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해야 함을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이번 사순이 사건이 지난해 울산 울주군의 개인 농장시설에서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탈출한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관할 유역환경청에서 동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이들을 수용할 별도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농장주가 동물을 책임지도록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카라는 "환경부와 환경청은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환경부가 건립을 추진 중인 야생동물보호시설 두 곳은 중소형 동물 수용을 목적으로 한 시설로,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도 "전국의 공영동물원을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보호시설로 바꾸고, 자격 미달의 시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12월부터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이 시행되면 경북 고령군과 같은 민간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은 금지된다. 야생생물법 개정안에는 야생동물카페, 이동동물원 등 동물원·수족관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도를 도입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형식적 등록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설립할 수 있었다. 동물원 내 동물별 사육기준은 앞으로 시행규칙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다 해도 열악한 동물원이나 사육시설이 당장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원·수족관의 경우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들에는 기준에 맞게 시설을 개선하는 데 5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있는 시설 역시 4년 동안 신고한 보유동물에 한정해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라며 "법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청과 지자체가 철저히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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