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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잼버리 네 탓"... 중앙·지방 정부와 여야 모두 '반성은 없었다'

입력
2023.08.1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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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한 '적반하장'
책임 주체들의 '유체이탈' 화법
"못난 도토리 키재기" 비판

김관영 전북지사가 14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언급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관영 전북지사가 14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언급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책임에서 전·현 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의 경중을 가리는 것 못지않게 차분한 복기를 근거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도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요란한 프레임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자성하기보다 손쉬운 편 가르기 공방에 가세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책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한 '적반하장'

잼버리를 둘러싼 공방에선 책임자들의 적반하장이 가장 눈에 띈다. 자세를 낮춘 듯하면서도 파행의 책임을 전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희생양을 찾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잼버리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1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북이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수십조 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 허위사실을 주장해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권 때부터 30년 이상 추진된 사업으로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유치를 문책론과 엮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지목하며 "SNS 소통이 과거보다 활발해져 초반에 문제가 이슈화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 모습이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뉴스1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뉴스1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소리"라며 "이제 곧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두려워할 진실의 문이 열린다"고 직격했다. 김 지사에 대해선 "잼버리 대원들과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을 고생시킨 장본인"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로 문책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 출신 전북지사와 전임 정부를 겨냥한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전북도 비판에도 적반하장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잼버리 총사업비 1,170억 원, 이 중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3개 중앙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인 조직위에서 쓴 예산은 870억 원, 전라북도가 쓴 예산은 260억 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자료대로면 조직위가 최고 책임이고 예산의 80%는 현 정부 시기 지출"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전북도 책임론'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책임 주체들의 '유체이탈' 화법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부각했다. 이어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2017년 8월은 문 전 대통령 임기 중인 만큼, 문 전 대통령이 기반 인프라 구축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제와 '대회 유치 당시 대통령'이라는 사족까지 붙인 유체이탈식 사과는 황당하다"며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다면 대회 유치 후 잼버리 핑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퍼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의 무능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을 찾아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을 찾아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야권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일 폭염 등 숙영 환경 악화로 대회가 좌초할 위험에 빠지자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등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할 총리가 중앙정부를 갑자기 등장한 해결사인양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장관님은 조직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계신다"면서도 "(여가부가) 책임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해 취재진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 대해 "서로 면피하려고 남을 공격하는 못난 도토리 키재기 형국"이라며 "요란하게 책임 공방을 벌이기보다 감사원이 중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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