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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와 다시 공존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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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1일 중국발 크루즈선 53척이 제주 방문을 예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틀간 상하이발 크루즈선이 제주도 제주항과 강정항에 기항(寄港)하기로 한 숫자가 이렇다. 두 항구는 기존 크루즈선을 포함해 내년 3월까지 약 8개월간 기항 신청이 마감됐다고 하니 관광업계로선 이보다 ‘즐거운 비명’은 없을 것이다. 한 척에 수백 명에서 10만 톤급의 경우 4,500명이 타고 제주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렇다.
□ 크루즈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리조트다. 관광객들이 입도하면 선사에서 준비한 옵션투어와 셔틀버스를 통해 한라산과 만장굴, 섭지코지, 제주민속촌, 산굼부리 등 도내 주요 관광지나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등을 둘러본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방문은 중국 최대 명절이 있는 다음 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방문자수는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쪽빛 바다에 현무암과 감귤나무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 등 어느 한 곳 지나칠 수 없는 보석 같은 제주섬에 다시 유커들이 넘쳐날 것이란 얘기다.
□ 중국인들은 제주를 하와이, 몰디브와 함께 손에 꼽을 만큼 선호한다. 일각에선 그 배경을 두고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에 얽힌 전설을 들기도 한다. 진시황의 방사(方士)인 서불(또는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명령에 따라 동남동녀 500쌍을 배에 태우고 나섰다. 제주에 도착해 영주산(한라산)을 뒤지다 돌아갔고, 정방폭포 위 바위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글귀를 새기면서 서귀포(西歸浦) 지명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제주지역 경제활성화에 기여했지만 난개발과 환경파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현지인들과의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오죽하면 한때 외신에서 ‘제주도가 1970년대 후반 일본인이 장악한 하와이가 돼가는 중’이란 촌평이 나왔을까. 제주뿐만 아니라 서울 북촌 한옥마을까지, 온갖 소음과 쓰레기 무단투기, 무질서를 동반하는 요란한 유커들 전성시대가 도래할 조짐이다. 반갑고도 유별난 유커와의 공존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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