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다수의 생각이 변화를 만든다는 신념

입력
2023.08.16 04:30
26면
구독

8.16 하모닉 컨버전스(조화로운 수렴)

1987년 8월 16, 17일 미국 뉴멕시코의 한 장소에 모여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하모닉 컨버전스' 참가자들. AP 연합뉴스

1987년 8월 16, 17일 미국 뉴멕시코의 한 장소에 모여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하모닉 컨버전스' 참가자들. AP 연합뉴스

1987년 8월 16일 인류 문명의 전환을 기원하는 이색 축제가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하모닉 컨버전스(Harmonic Convergence)’라는 세계 최초 글로벌 평화 명상 동기화 축제. 1960, 1970년대를 풍미한 ‘뉴에이지’ 세대의 구루들과 작가, 평화운동단체 ‘플래닛 아트 네트워크(PAN) ‘ 등이 주관한 행사였다.

행사일은 점성술에 능했다는 뉴에이지 작가 토니 시어러(Tony Shearer, 1926~2022)가 그의 저서 ‘새벽의 군주(Lord of the Dawn(1971))’에서 지구가 문명사적 전환을 맞이한다고 예언한 날이다. 시어러는 아즈텍 우주론과 마야력에 근거해 지구 역사의 마지막 ‘지옥의 주기’가 저 무렵 끝난다고 적었다. 저 무렵 공교롭게, 점성술이 성스러운 구도라며 중시하는 ‘그랜드 트라인(Grand Trine)’ 즉 태양과 달과 행성 일부가 천구 위에서 정삼각형을 이뤘다. 삼각형의 세 꼭짓점은 우주 3원소(물 또는 공기, 불, 흙)의 상징. 주최 측은 저 날을 기점으로 지구의 호전적 에너지가 평화·화합의 에너지로 전환하며, 그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파워센터’라 불리는 영적인 장소,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 샤스타 산(Mt. Shasta)과 일본 후지산 등에 당일 최소 14만4,000명이 모여 명상과 기원의 재(齋)를 올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게 조화의 수렴, 즉 ‘하모닉 컨버전스’였다.

당일 세계 각지의 ‘파워센터’에는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부적과 영물 등을 지참한 진지한 뉴에이지언뿐 아니라 그 문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학자들과 취재진이 참가했고, 호기심에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동기와 신념은 제각각이었겠지만, 그들이 공유한 희망은 세상의 긍정적 변화였다. 그들은 모든 변화가 다수의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류 현실을 보건대, '하모닉 컨버전스'의 정성은 많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