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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는 한국경제를 이끈 숙련 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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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한 저출산 현상 속에 우리나라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일컫는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일본은 10년, 미국은 15년, 독일은 36년 걸렸으나 한국은 불과 7년 걸릴 전망으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급속한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둔화를 가져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잘 대처하지 않으면 그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고, 노년부양비 급증으로 국가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 노동시장에는 특이점이 있다. 통계상 생산가능인구로 보지 않는 65세 이상 인구의 노령층 고용률이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반면, 5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의 고령층 고용률은 66.3%로, 일본 76.9%, 독일 71.8%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반면에 일할 수 있는 시기에 일찍 은퇴하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숙련 인력으로 대부분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가지고 노동시장에서 오래 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5세에서 79세 인구의 68.5%가 장래 일을 더하고 싶다고 하였다.
숙련과 경험이 많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한 고령층에서의 조기은퇴는 국가적 인적자원의 손실이다. 일을 원하는 고령층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는 노동력 손실과 연금·복지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개인은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년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라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층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법이나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실제 올해 상당수 노동조합은 정년연장을 단체교섭의 쟁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연공제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제한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년연장은 청년 취업과 충돌하는 딜레마도 있다.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가뜩이나 그곳으로의 취업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겐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고령층의 계속고용문제에 대해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안타깝게도 노동개혁 과제에 이어 이번에도 노동계는 불참을 선언하여 무산되었다. 이에 경사노위는 지난 7월 말 학계 중심의 전문가들과 관계부처 담당국장들로 구성된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하여 논의를 시작했다. 하반기 논의를 해서 결과를 도출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계속고용로드맵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내려서 1.4%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보다 낮은 수치이다. 국가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계가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노동시장의 낡은 법제를 바꾸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국가적 과제이다. 하루빨리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참여하여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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