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전과 6·25 참전 용사... 법원 "훈장은 참작 사유, 국립묘지 안장 안 돼"

입력
2023.08.14 14:48
수정
2023.08.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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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횡령 등 잇달아 징역형
법원 "국립묘지 영예성 훼손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 한국일보 자료사진

6·25전쟁 참전 용사라 하더라도 징역형 전과가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올해 5월 A씨가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립묘 안장 비대상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의 부친인 B씨는 6·25전쟁에 참전한 유공자였다. B씨는 1950년 12월 전투에서 성과를 올려 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1952년 4월 전투 도중 입은 총상으로 1961년 전상군경 상이등급 2급 판정도 받았다.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상훈의 일종인 국민포장을 1976년 수여했다. 아버지가 숨지자 A씨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부친을 안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충원 측은 지난해 4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1959년 상해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1961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8개월을 확정받는 등 범죄 경력이 있는 B씨를 안장하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이 훼손된다는 취지다.

A씨는 같은 해 7월 "아버지는 재산상 이익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적이 없다.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는 아니다"라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부친의 훈장 경력이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법원은 그러나 "B씨의 범행은 우발적이거나 생계형 범죄로 보기 어렵다"면서 현충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이뤄졌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고, 고인이 사면 또는 복권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B씨가 수여한 훈장과 전상군경 등록 전력 역시 "참작 사유에 불과할 뿐, 그런 사정이 있더라도 국립묘지 안장에 관한 영예성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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