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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엔 킬러 문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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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내년 4월 총선이 입시이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수험생이라고 치자. 두 학생의 공부법은 별난 데가 있다. 뻔히 보이는 정답, 즉 중도와 무당층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답안만 거푸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 지지율 회복이 잘 안 되자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된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성적이 안 올라 외부에서 과외교사를 모신 격이다. 그런데 혁신위도 일타 강사는 아니었다. 혁신위가 얼마 전 발표한 혁신안을 두고 평범한 유권자들이 바라는 민주당의 변화 방향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혁신안은 당권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중을 높이고,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에게 적용되는 불이익의 폭을 키우는 내용 등을 주로 담았다. 당내 기득권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김은경 위원장은 민주당 다선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존재 유무도 잘 몰랐던 당 대의원 제도 때문에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일까. 유권자의 실망감이 다선 의원 탓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의혹 제기 남발로 여당에 반격 빌미를 제공하는 강경파 초선 의원들 때문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지난 3월 JTBC·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 '민주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점'에 응답자 다수가 '이재명 대표 수사 대응'(26.4%)을 꼽았다. '민생 법안 등 의정활동 부족'(22.5%), '여당과 소통·협력 부족'(22.1%),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 부족'(19.4%) 등이 뒤를 이었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은데 혁신위는 변죽만 울린 것인지 모른다.
국민의힘도 이런 면에선 모범생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점'을 묻자 응답자들은 '민생 법안 등 의정활동 부족'(29.9%)과 '야당과의 소통·협력 부족'(26.0%) 등을 우선으로 꼽았다.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으로 민생 집중 행보와 야당과의 협치 분위기 조성을 주문한 셈이다. 하지만 대형 재난 등을 대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최근 행보는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집권 여당의 무게감과 거리가 있다. 매사에 야당 탓, 전 정부 탓을 할 구실부터 찾는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현재 당 지도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안정적 당정 관계 정립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위 여론조사에서 8.6%만이 국민의힘이 가장 잘못하는 점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원 활동 부족'을 꼽았다. 당이 국민과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집권 초라도 원보이스 전략만으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양당이 오답 노트를 빼곡하게 채워가는 사이 모의고사 격인 한국갤럽 등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양당 지지율은 낙제점인 30%대에 머물고 있다. 민심이 출제하는 문제가 배배 꼬여서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양당이 경쟁하는 환경에 주목한다. 양당제는 전교생이 2명뿐인 학교와 같다. 이런 학교에선 굳이 100점을 맞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내가 설령 30점을 맞아도 한 명의 경쟁자만 어떻게든 누르면 전교 1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인지 다당제를 도입하자는 선거제 개편 논의를 양당은 뭉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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