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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대만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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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만 외교부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전체 주제는 ‘대만 안보’였고 세부적으로는 △군사 안보 △가짜 뉴스 및 사이버 안보 △경제 안보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이스라엘 일본 에스토니아 폴란드 리투아니아에서 정치인, 학자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해당 주제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많은 참석자가 주장했듯이 미ㆍ중 경쟁 시대에 대만 문제는 세계 경제 및 안보의 핵심적인 이슈가 됐다. 특히 대만 외교부 주최 회의인 만큼 ‘민주주의 동맹’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언급됐다. 그동안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의 그늘 아래 외교적으로 약체였던 대만은 미ㆍ중 경쟁을 계기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대만 역시 이런 기운을 타고 외교력을 강화하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양날의 검처럼 대만의 ‘전략적 가치 상승’이 대만의 ‘안보 위협 증대’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자국이 보유한 전략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외교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안보와 번영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중 경제 안보 측면에서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해 공급망의 핵심에 위치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TSMC는 대만에서만 반도체 공정을 수행하던 전략을 바꿔 현재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EU와의 투자 협력도 보도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대만으로 이어지는 상호 투자와 공급망 협력 속에서 세 국가의 경제 안보 전략이 긴밀하게 연관돼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 역시 경제 안보 부문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일본과도 협력의 물꼬를 텄지만 대만과의 경제 안보 협력은 모호한 상태다. 한국의 대만 수입품 가운데 60%가 반도체고, 한국의 대만 수출품 가운데 30%가 반도체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자이자 중요한 협력자다. 양국 교역에서 반도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대만은 경제 안보의 중요한 파트너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중국은 대만을 핵심 국가이익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어 우리에게 대만이 매우 어려운 외교 대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우리에게만 부과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일본의 상황도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을 위시한 많은 국가들이 조심스럽게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대만과의 협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대만과의 외교는 중국과의 관계, 대만해협의 안정성과 평화,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과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성장 등 다양한 요인 간의 절묘한 균형이라는 다차원 방정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다.
문제는 세계 정치ㆍ경제 지평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가 느긋하게 해법을 찾도록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르게 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미국 일본 대만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묻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익과 경제 안보에서 대만이 가지는 의미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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