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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회사라더니"... 급여 낮은 직원 구했으니 넌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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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삶은 그저 '존버'만이 답일까요? 애환을 털어놓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막막함을 <한국일보>가 함께 위로해 드립니다. '그래도 출근'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건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습니다.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요시하니까 어려운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얘기해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극 중 광고기획사 '아름다운 사람들' 사장 유형관은 직원들에게 가족이란 말을 달고 산다. 직원은 사장 빼면 달랑 4, 5명.
규모는 작아도 가족처럼 정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형관이지만, 정작 화가 날 땐 직원들에게 "나라도 되니까 데리고 있지", "그게 싫으면 사표 써" 같은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직원들의 외모를 깎아내리는 농담은 기본, 여직원 체형을 꼬집어 '덩어리'라고 부르면 주변 남자 직원들이 '재치쟁이'라며 호응한다. 금요일 오후엔 뜬금없이 휴일 워크숍을 제안하는 갑질까지.
회사 이름과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며 시청자는 웃음을 터트리지만, 극 중 장면을 현실에 대입하면 우울해진다. 헌법에 따라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사장을 뺀 직원 수)'에선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폭언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지어 괴롭힘에 맞섰다가 해고를 당해도 근로자가 구제받기 쉽지 않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법의 사각지대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요즘 저런 간 큰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실제 현실은 더하다. 그래서 노동계에선 5인 미만 회사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고, 정부와 여당도 제도 개선에 착수한 상황이다.
현실에선 아래와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A씨는 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 7년째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다. 월급은 적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념으로 일을 해 나가던 A씨였지만, 2019년 이후 직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불법 보조금을 유용하는 일과 관련된 대표의 지시를 거부한 게 화근이었다. 업무 배제는 물론 대표의 폭언·욕설과 해고 위협이 이어졌다.
해당 지자체에 피해 호소를 했는데도 해결될 기미가 없자 A씨는 직접 고용노동부에 대표의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권센터가 괴롭힘이 맞다며 A씨 손을 들어주고 해당 기관에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라고 권고했지만, 대표는 법적 의무가 없다며 이를 무시했다. 이후 이 기관은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부당한 해고라고 맞섰지만, 정작 정부 산하 노동위원회에서도 그는 구제받지 못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고의 부당성을 다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5인 미만 사업자 노동자에게 정부는 방관자였고 인권위의 권고는 무용지물이었다"며 "도대체 직원 수가 5인 미만이란 이유로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다.
같은 법 11조 2항이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합헌 판단을 내렸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체로 영세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따를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게 이유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낸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규정은 ①해고 등의 제한(근로기준법 23조 1항) ②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27조) ③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28조) ④휴업수당(46조) ⑤근로시간(50조) ⑥연장 근로의 제한(53조) ⑦연장·야간 및 휴일근로(57조) ⑧연차 유급휴가(60조) ⑨생리휴가(73조) ⑩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발생 시 조치(76조 2·3) 등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를 위한 정당한 이유가 필요 없고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아도 문제가 안 돼 깜깜이 해고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B씨는 최근 대표가 커피 한잔 하자고 불러서 갔다가 구두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급여가 더 낮은 직원을 채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B씨 역시 법적 구제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각하된 건수는 2020년부터 2023년 3월까지 312건에 이른다.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A씨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신고를 할 수도 없고,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퇴사'라는 이직확인서를 발급해 주지도 않기 때문에 결국 자발적 퇴사로 처리된다. 부당해고를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공휴일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직장갑질 119가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6개월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 216건을 분석했더니, 해고·임금 관련 피해가 147건(68%)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인격권 침해)이 100건(46.2%)으로 뒤를 이었다. 성추행 같은 현행법 위반도 20.3%(44건)나 됐다.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수는 313만 명(2021년 기준)으로 매년 느는 추세로 전체 종사자의 17%에 해당한다.
노동계의 제도 개선 요구가 쏟아지는 데 발맞춰 정부·여당도 제도 개선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정 70년 만에 소규모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자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과 야간·휴일 근로 제한 등의 규정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소상공인은 재정과 행정 비용 증가를 우려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노사 간 이견을 어떻게 좁혀 실행력을 높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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