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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괴산 가마솥 어찌하오리까"...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

입력
2023.08.13 1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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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들여 제작하고 16년째 방치
지자체 예산낭비 대표 사례 '오명'

충북 괴산 가마솥. 총 무게가 43.5톤에 달하고, 기중기로 숱뚜껑을 여닫아야 하는 초대형 무쇠솥이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 한켠에서 16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괴산군 제공

충북 괴산 가마솥. 총 무게가 43.5톤에 달하고, 기중기로 숱뚜껑을 여닫아야 하는 초대형 무쇠솥이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 한켠에서 16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괴산군 제공



16년째 애물단지로 방치된 충북 괴산군의 초대형 가마솥 활용 방안을 국민 아이디어로 찾는다. 괴산 가마솥은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 전시 행정 표본이자 예산 낭비 사례로 꼽혀왔는데, 이번에 참신한 활용 방안이 도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충북도는 괴산 가마솥 관광자원 활용방안 전국 아이디어 공모를 23일까지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괴산 가마솥을 문화·관광이나 농업 분야 등에서 활용할 아이디어를 찾는 공모전에는 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가 이번 공모전을 기획한 것은 그 동안 가마솥 활용법을 백방으로 고민해봤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해서다. 괴산 가마솥은 괴산군이 군민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군민성금 등 5억 여원을 들여 2005년 7월 완공한 국내 최대 무쇠솥이다. 둘레가 17.85m, 상단 지름이 5.68m이고, 무게가 43.5톤에 달한다.

하지만 가마솥은 덩치만 컸지 활용도가 떨어졌다. ‘세계 최대’를 내세워 기네스북에 도전했으나, 이미 기네스북에 등재된 호주의 질그릇보다 더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만 4만명이 한솥밥을 먹겠다”고 호언하며 밥을 지어보려고도 했지만, 이 역시도 실패했다. 솥바닥이 너무 두꺼워 애초부터 밥 짓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군은 옥수수·감자 삶기, 창포물 끓이기 등 이벤트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반응이 시들하자 2007년 이후엔 사실상 가마솥에서 손을 뗀 상태다.

16년째 방치되던 가마솥의 활용 방안 논란은 올해 2월 김영환 충북지사의 언급을 계기로 재점화했다. 김 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이자 "실패학 교과서에 빼놓아서는 안 될 메뉴"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괴산 가마솥은 군민들의 성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함부로 처분할 수 없고, 이전 비용이 커 다른 데로 옮기기도 어렵다”며 “현재 자리(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서 활용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괴산군과 협의해 활용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괴산=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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