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생존 위해 바다 뛰어들어” “종말론적 풍경”... 36명 목숨 앗아간 하와이 산불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에 화마(火魔)가 덮쳐 최소 3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산불은 섬의 유서 깊은 관광 명소와 번화가, 민가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주민 수천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대피소로 피신했다. 겨우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은 "종말이 온 것 같다"라며 망연자실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와이주(州) 마우이섬 세 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으나 진화 작업이 지속되면서 30명이 추가 발견됐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여전히 화재 진압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세부 정보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했다.
산불은 전날 새벽 처음 발화해 강한 돌풍을 따라 급격하게 번지며 50시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마우이 소방당국은 쿨라 지역에서 8일 0시 22분쯤 첫 산불이 신고됐고, 이후 라하이나와 킬레이 지역에서도 또 다른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마우이섬에는 최대 순간 풍속이 128㎞/h에 달하는 돌풍이 불며 불길이 빠르게 퍼졌다.
미치 로스 하와이 카운티 시장은 "돌풍 때문에 화재 진압에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도 없었다"며 "나무와 전봇대가 도로 위로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마우이 해안 경비대는 최소 100명이 화재를 피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고 17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극단적인 화재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다. 섬 곳곳에서 수도와 전기가 끊겼고, 주민 2,100명 이상이 4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3대가 살았던 집에서 옷가지만 겨우 챙겨 나왔다는 카무엘라 카와코아는 AP통신에 "마을이 불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어 무력했다"고 말했다. 하와이주는 이재민들이 머물 곳이 없다며 예비 관광객들에게 호텔 등 숙소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섬의 유서 깊은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이 잿더미가 됐다. 1930년대 선교사 숙소로 지어진 ‘볼드윈 하우스’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보리수 나무)’를 포함해 마을 전체가 불에 탔다. 화재 피해 현장에서 항공 관측을 수행한 헬리콥터 조종사 리차드 올스텐은 "하와이의 역사였던 관광 명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며 "재가 돼버린 건물들은 대체될 수도, 재건할 수도 없다"고 절망했다.
기상학자들은 화재를 키운 돌풍이 마우이섬에서 남서쪽으로 800㎞ 이상 떨어진 허리케인 '도라' 때문이라는 데 경악했다. 마우이섬 남동쪽에서 발달한 도라는 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도라가 하와이 남부 저기압대를 악화시키며 북부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을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발달시켰고, 그 결과 섬에 시속 120㎞가 넘는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 미 국립기상청 호놀룰루 사무소의 설명이다.
파오신추 하와이주 기후학자는 AP통신에 "하와이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도라가 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된 가뭄 역시 수풀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와이는 토지 60%가 여름철에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상태를 보이는 등 기후변화 피해를 받고 있다. 조시 스탠브로 전 호놀룰루 최고재난복원책임자(CRO)는 뉴욕타임스에 "화재 위험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장기적 추세의 일부"라고 짚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