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공간과 건축물의 소개와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필자의 시선에 담아 소개한다. 건축과 도시 공간에서 유발되는 주요 이슈들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통해 우리 삶과 시대의 의미도 함께 되새겨 본다.
첨단 설계에도 잇단 붕괴 사고
낮은 대우 속 현장기술력 저하
기술자·장인 중시 문화 필요
최초의 아날로그 이동통신인 1G(Generation)가 우리 앞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였다. 이후 10년 주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5G 시대를 맞았다. 5G는 우리 주위를 감싸는 공기처럼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라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런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는 대조적으로, 건축은 스톤헨지 이후 한결같이 '1G'(Gravity·중력)에 도전 혹은 공존하며 전개됐다. 하지만 나날이 건축 기술이 발전한 현재에도 끊임없이 주변 곳곳에서는 붕괴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마음을 졸이게 된다.
건축의 1차적인 목적은 1G라는 중력장 속에서 지구상의 재료를 활용해 신장 170㎝의 인간이 거주할 안전한 셸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뛰어난 예술가로 잘 알려졌지만, 르네상스 시기의 대표적인 건축가이기도 하다. 이들의 복잡한 건축물들이 수많은 세월 동안 외력을 견디며 오늘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들의 종합적인 직관과 기술적 경험이지 고도화된 구조 해석의 결과는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아찔한 높이(172.5m 예정)와 섬세한 내·외부 모습. 이 또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상상력과 직관을 동원해 자연의 섭리를 해석한 뒤 독창적인 현수선(懸垂線) 구조물로 재창조한 결과물이다. 1955년 미국 건축가 에로 사리넨이 설계한 뉴욕 TWA 공항 터미널은 당시 컴퓨터나 구조해석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최신 구조해석으로 설계된 그 어느 건축물보다 구조적 안정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 연산 능력의 발전은 복잡성의 수치화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구조 공학 분야에 눈부신 효율성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각종 구조적 실패 사례는 프로그램 해석에 대한 설계자의 과신, 이를 직접 구현하는 기술자의 방만함, 상상력 결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컴퓨터 해석 기술은 빠른 속도로 구조적 분석과 계산을 가능케 할지 모르나, 그것을 종합하는 인간의 경험과 상상력이 결여되면 종종 실패하는 것이 바로 건축공학이다. 다양한 시공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는 우상향 곡선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구현하는 사람의 기술은 이에 반비례하는 우하향 곡선이다.
현장 기술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대우와 인식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해야 했다. 이에 현장 경험 및 기술 공백기가 본격화됐고 이마저도 너무 흔해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됐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맹신과 현장 기술자의 경험 부족으로 발생하는 실패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을 '기술', 그것을 퇴보 없이 지속화하기 위한 틀을 '시스템'이라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기술 자체엔 아무런 온도나 감정이 없다. 원자력, 인공지능,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새로운 기술의 생성과 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가 바로 문화의 영역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사회적 비용이 드는 시스템을 복잡화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적용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자들이 더 대접받는 문화를 배양하는 것이 본질이다. 근본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축(Architecture)이란 단어의 어원을 좇다 보면 '원리, 최고'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르케(Arche)'와 '기술자, 장인'을 의미하는 '텍톤(Tecton)'에 이른다. '건축'이 '기술의 원리'라고 풀이된다는 점을 한번 되새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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