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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년 만에 깨어난 시베리아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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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전 같지 않은 여름 날씨와 ‘극한 호우’ 같은 생소한 용어들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를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1,500년 중반부터 써왔다는 ‘장마’라는 단어도 기상청 공식 용어에서 제외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용어를 퇴장시키는 것에 앞서, 기상청은 2008년부터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에 대한 공식 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 영향 중 하나가 극지방에 존재하는 빙산이나 빙하가 녹고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얼어있던 땅들이 녹는 현상들일 것이다. 현재 지구 온도가 1,200년 만에 제일 뜨거운 상태라는 연구도 나오고 있고, 10여만 년 전에 지구가 지금이랑 비슷한 온도였던 마지막 간빙기 때 북극 바다 얼음이 모두 녹았었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극지방의 얼음 속에는 아주 오래전에 얼어버린 생물들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이런 생물들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최근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4만6,000년 전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ㆍ라틴어로는 우아한 실벌레라는 뜻을 가진 작은 벌레)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선충은 약 5년 전에 발견되었는데 매머드가 아직 살아있던 구석기시대부터 얼어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험실에서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정말 4만 년 넘게 얼어있던 생물이 다시 살아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물이 오염된 걸 혼동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검증과 유전자 분석을 거쳐 이번에 그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현존하는 예쁜꼬마선충 유전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가능해졌다.
냉동돼 있던 생물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은 ‘휴면’ 현상 중 하나이다. 동면도 크게는 휴면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계에는 동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휴면 현상들이 보고되어 있다. 사실 식물의 씨앗은 적절한 환경을 만날 때까지 오랜 기간 수분이나 외부 영양 공급이 없더라도 별다른 생명 활동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2005년에는 2,000년 전 대추야자 씨앗을 발아시킨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고, 2012년에는 3만2,000년 된 석죽과(石竹科) 식물을 다시 살린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수천수만 년 동안 얼어있던 동물이 다시 살아나 꿈틀댄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쁜꼬마선충은 크기가 1㎜ 정도로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할 정도로 작지만, 엄연한 다세포 생물이다. 이런 다세포 생물이 수만 년 동안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다시 살 수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물론 시베리아 동토에 얼어있던 고대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지구 온난화로 다시 살아나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는 현대 인류에게는 코로나 같은 팬데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점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동토에 잠들어 있던 생물들을 부활시키고, 그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동물이 극한 환경에서 휴면에 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밝힐 수 있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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