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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문턱 죽도록 밉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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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문턱에 선 베스(에이미 슈머)는 언뜻 보면 괜찮은 삶을 산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남자친구가 있고, 미국 뉴욕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나는 인생은 아니다. 특히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연애지상주의인지 남자 의존증인지 알 수 없는 엄마의 사생활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줄 알았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채 헤어진 후 베스는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한 소식을 듣는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베스는 엄마의 죽음으로 모녀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삶은 베스에게 불친절했다. 베스는 어린 시절 부유하게 살았다. 가구 수입 판매업을 했던 아빠 덕을 봤다. 하지만 아빠 사업이 파산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작은 집으로 이사했고, 부모는 불화했다. 엄마는 이혼 후 여러 남자를 전전했다. 베스는 엄마 때문에 절친한 친구와 등을 돌려야 했다. 배구선수라는 꿈이 물거품되기도 했다.
과거를 돌아볼수록 베스는 괴롭다. 남자친구는 베스를 위로한답시고 과잉 행동을 한다. 베스는 이별을 결심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누구에겐가 의지하고 싶다. 베스는 회사 일을 위해 방문한 한 농장에서 무뚝뚝한 남자 존(마이클 세러)을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중년 초입에 들어선 여자의 정신적 방황을 그리나 드라마의 주요 정서는 웃음이다. 주로 인생의 아이러니가 빚어낸 코미디가 화면을 채운다. 예를 들어 이런 식. 베스의 아빠는 노숙자이나 사업가 기질이 여전하다. 그는 지나친 음주로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데, 그런 아빠를 베스가 업무에 활용하는 장면에서 서글픈 웃음이 빚어진다.
베스는 알고 보면 누군가에게 쫓기듯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독특한 자기 세계에서 자신만의 인생 궤적을 만들어가는 존은 베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영감을 준다.
우울한 중년의 성장기를 제법 유쾌하고도 매끄럽게 그려낸다. 로맨틱코미디에서나 볼 만한 달콤하고도 엉뚱한 웃음이 간혹 들어가며 재미를 제조한다. 성에 대한 솔직하고도 발랄한 내용이 특히 웃음을 만들어낸다. 초반부엔 직접적인 상황 묘사와 대사가 지나쳐 조금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베스는 사랑도 일도 모두 새롭게 시작한다. 홀로 우뚝 서기 위해서다. 베스는 부모가 드리웠던 삶의 그늘을 걷어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옛 친구를 만나 화해하나 관계를 복원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베스의 마음은 그를 둘러싼 풍광처럼 평화롭다.
주연배우 에이미 슈머의 어린 시절 삶이 반영된 드라마다. 슈머 역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드라마 마지막은 슈머가 실제로 주민들과 배구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베스가 곧 슈머임을 말없이 웅변하는 대목이다. 슈머는 영화 ‘아이 필 프리티’(2018)로 국내에 알려졌으나 조금은 낯선 배우다. 스탠딩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고 작가와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 토니상 최우수여자배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라이프 & 베스’의 경우 4회를 연출을 겸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시청자 7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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