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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되살린 샌프란시스코③] "AI 인재는 연봉 두 배..." 삼고초려 하는 국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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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급 인력 대비 두 배 이상의 연봉, 입사하면 축하 보너스에 부족하면 주식까지 약속하죠."
한 스타트업 최고재무책임자(CFO)
국내 주요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핵심 인공지능(AI)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손을 뻗고 있다. 현지 주요 대학의 채용 박람회부터 유명 학회는 물론이고 현지 한인 학생회 행사까지 찾아가는 등 핵심 인재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까지 불사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미주총괄(DSA)은 AI·반도체 관련 엔지니어를 상시 채용하고 있다. 능력 있는 개발자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뽑는 자리도 무려 82개에 달한다. 삼성전자 DSA는 주변 구글, 메타 등에 뒤지지 않는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몰려있으니 관련 기업들과 기술을 협력하고 인재를 뽑는데 적극 나선다"며 "매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포럼 행사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일찍 진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캘리포니아대(UC), 퍼듀대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기술 특화 교육프로그램 후원까지 나섰다. 현지 반도체 전문 인력들이 여름 방학 동안 설계, 제조 관련 실습을 핵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SK하이닉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채용까지 연계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도 해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고 있다. 이는 2012년부터 운영해 온 행사로 올해도 6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현지 행사에 참석해 실리콘밸리 우수 인재 및 현지 전문가와 교류했다. 반도체, 에너지, 배터리 등 미국 현지 우수 인재들을 초청해 첨단 기술 동향을 논의하고 채용까지 진행한다.
스타트업들도 해외 핵심 인재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 오픈엣지는 2021년 미국 산호세에 자회사를 세우고 10명을 현지에서 뽑았다. 국내에서 수급이 어려운 AI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당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줄였지만 AI나 반도체 쪽은 거의 다 유지됐으며 최근 그 수요는 늘고 있다"며 "우수 인재를 뽑는 게 점점 어려워지면서 회사 주요 경영진이 수시로 스탠퍼드나 버클리 한인학생회 측과 만나서 기업을 설명하는 자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실리콘밸리에 기지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서 운영 중인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노바)는 최근 총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 규모로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내년 말까지 만든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말 LG 노바 출범 당시 조성한 펀드 2,000만 달러를 다섯 배 이상 늘린 규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던 현대벤처스의 기능을 확대한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를 꾸렸다. 소규모의 전략 투자 조직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미래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국과 이스라엘, 중국, 독일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혁신 거점을 갖춘 회사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건 혁신 산업이 모여있는 지역적 이점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AI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강점을 지녔고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기업이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스타트업 발굴뿐 아니라 지역적 이점과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 센서 개발 업체인 옵시스,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인 미고에 투자하고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올초 이 지역에 체인지업그라운드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열었다. 포스코그룹이 벤처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포항·광양·서울에서 운영 중인 스타트업 공간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실리콘밸리로 확장한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현지 사무실을 구축하는 스타트업 창업도 늘고 있다. 이에 법무법인 미션은 국내 로펌 중 처음 실리콘밸리에 현지 지사를 차렸다. 실리콘밸리에 첫발을 내디딘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영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욱진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차장은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가 메리트가 없어 기업들이 오스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실제 현지에선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정도'라고 분석한다"라며 "관련 벤처 투자도 실리콘밸리로 몰리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찾으려는 국내 기업과, 투자 기회를 얻으려는 스타트업 모두 실리콘밸리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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