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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동원령이냐"...잼버리 지원에 차출된 공무원, 기숙사 뺏긴 대학생 '부글부글'

입력
2023.08.09 13:00
수정
2023.08.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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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등 지자체·경찰·소방 등 인력 차출
공공기관·대학까지 불똥… "국가적 재난이냐"
서울시립대 학생식당 운영 중단·수강신청 차질
명지대·인천대 등도 별도 공지 안해 혼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한 파푸아뉴기니 대원들과 지도자들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한 파푸아뉴기니 대원들과 지도자들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세계잼버리대회 행사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기업, 대학 등 대규모 인력이 차출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9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에 나서게 된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하루 만에 숙소 몇십 개 빌려서 당장 애들 이동하는 시간 안에 밥이랑 잘 곳 준비하는데 거의 전 직원을 차출하고 있다"면서 "12일까지 일 다 멈추고 수도권 공무원 수천 명이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냐"고 적었다. 또 다른 공무원도 "태풍 대비로 손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당일 차출 통보(라고 한다). 잼버리가 국가적 재난이냐"라고 남겼다. 지자체뿐 아니라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도 잼버리 대원 숙소 주변 근무 등의 업무에 차출됐다고 밝혔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에 나서게 된 공무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캡처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에 나서게 된 공무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캡처

행사에 동원 명령이 떨어진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도 "사실상 강제 봉사활동이 아니냐"며 성토했다. 한국산업은행 소속의 한 작성자는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잼버리 콘서트에 지원하러) 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장소도 미정인데 일단 이름을 적어내라고 한다"면서 "공무원, 공기업 직원은 '5분 대기조'냐"고 분노했다. 이밖에 "강제로 동원해놓고 자발적 참여라고 한다" "정부가 싼 똥을 왜 우리가 치우냐" "전시 동원령이냐" 등 비판이 쏟아졌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대원 숙소로 기숙사를 내준 대학에서도 인력 동원과 시설 부족 등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도에 철수한 대원들이 갑자기 우리 대학에 배정되는 바람에 휴가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총출동해서 마치 군부대의 비상훈련하듯 이들을 맞았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전날 교육부에서 이용 가능한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문의가 오더니 오늘 갑자기 12시쯤 스웨덴 대원 800여 명이 도착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면서 "그런데 교육부, 경찰, 충남도 등 유관기관들은 정확한 도착시간, 도착 후 방 배정이나 식사 등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립대는 8일 잼버리 참가자 지원 문제로 내부 학생들에게 학생식당 이용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시립대는 8일 잼버리 참가자 지원 문제로 내부 학생들에게 학생식당 이용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잼버리 대원 560명을 수용한 서울시립대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시립대는 기숙사생들에게 "약 560명의 잼버리 참가자가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생활관 숙소에 머물 예정"이라고 8일 공지했다. 또 잼버리 참가자 식사 제공 지원으로 학생 식당도 해당 기간 운영이 중단됐다.

수강신청도 차질이 빚어졌다. 학교 측은 "잼버리 대원 방문으로 교내 와이파이 사용량이 늘어나 수강신청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LTE나 PC 유선랜을 이용하라"는 공지를 올렸다.

갑작스러운 공지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학이어서 집에 내려와 기숙사를 비워뒀는데 아무런 동의 없이 방을 내주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 "정부가 국격을 갯벌에다가 버리고 수습은 공립대생이 하는 것이냐" "돈 아끼려고 학식 먹는 사람인데 (사전에)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 "학교 주인인 학생들이 되레 쫓겨나는 기이한 현상" "해 먹는 사람 따로, 피해 보는 사람 따로 있냐" 등 비판이 쏟아졌다.

잼버리 대원에 숙소를 제공한 명지대와 한양대 등에서는 여학생 전용 기숙사에 남성 대원을 배치하거나, 남학생 기숙사를 여성 대원에 제공해 대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인천대도 기숙사생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건물 내부 게시판에만 잼버리 대원 입소를 알려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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