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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 수온 29도, 7일 새 5도 올라... 끓는 한반도 바다

입력
2023.08.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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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 이어 동해도 고수온 주의보
폭염에 양식 어류·가축 폐사 발생
폭염 지속 시 물가도 타격 불가피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물고기 사료를 주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물고기 사료를 주고 있다. 연합뉴스

바다가 끓고 있다. 경남 통영 앞바다는 일주일 새 5도 올랐다. 서해 남해에 이어 동해도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도심은 물론 바다, 논밭 등 한반도 전체가 폭염에 시달리면서 가축, 농작물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가 더 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평시 24도 이하인 바다 수온 29도까지

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날 강원 고성부터 부산 가덕도 사이인 동해 중·남부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를 내렸다. 흑산도·진도 해역을 제외한 서해, 남해 연안 전역에는 이미 지난달 말 고수온 주의보가 떨어졌다. 사실상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바다가 뜨겁다는 뜻이다. 수온이 28도를 웃돌면 고수온 주의보, 28도 이상이 3일 넘으면 고수온 경보가 울린다. 평상시 바다 수온은 24도 이하다.

올해 7월 내내 내린 비로 고수온 주의보를 처음 발령한 시점은 7월 초였던 전년보다 늦다. 하지만 역대급 폭염에 수온이 오르는 속도는 가파르다. 예컨대 경남 진해, 통영 앞바다 수온은 장마 종료 후 불과 일주일 만에 4.5~5도 오르면서 29도에 육박한 상황이다.

뜨거워진 바다는 특히 가두리 양식장 물고기를 위협한다. 당장 수온 상승은 20도 안팎에서 잘 크는 광어, 우럭에 치명적이다. 수온이 높아질수록 바닷물 속 산소량이 줄어 물고기는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올해 같은 급격한 수온 상승은 양식 어류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숭어처럼 고수온에 강한 물고기도 피해 사정권에 들어간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 고수온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7일 기준 폭염으로 양식장 광어 4만900마리가 폐사했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1,042만 마리가 폐사했던 2021년 여름과 비교하면 미미하나 앞으로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온을 내릴 태풍 '카눈'이 지나간 이후에도 무더위가 이어진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수해로 폐사 겪은 농가 '이중고'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나는 건 육지의 가축,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중대본 집계 결과 돼지, 닭, 오리 등 더위에 약한 주요 가축 25만3,070마리가 올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가축은 기온이 27도를 넘으면 고온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 저하, 식욕 부진 등으로 앓다가 죽기도 한다. 지난달 수해로 93만 마리가 폐사했던 가축 농가에 이번 폭염은 이중고인 셈이다.

폭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아직 감지되지 않지만 노지작물 중심으로 작황 부진을 겪기 쉽다. 강원도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 무, 당근 등에 무름병이 덮칠 경우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 무름병은 지금처럼 오랜 장마로 습한 가운데 폭염이 지속할 때 발생한다.

7일 광주 북구청 시장산업과 동물정책팀 직원들이 북구 장등동 한 축사에서 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7일 광주 북구청 시장산업과 동물정책팀 직원들이 북구 장등동 한 축사에서 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폭염으로 양식 어류, 가축,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 먹거리 물가 타격도 불가피하다. 시장 공급량이 줄수록 가격은 뛰기 때문이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2000년대만 해도 쓰지 않던 '고수온'이란 단어를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한 최근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온 변화폭도 커 양식 어류 폐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태 농촌경제연구원 원예실장은 "노지작물 외에 상추, 깻잎 등 비닐하우스 작물도 야간 기온 상승으로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며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물을 자주 주고 무름병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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