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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으면 한두 달 더 한국에"… '폭염' 넘었더니 '태풍'에 가로 막힌 잼버리

입력
2023.08.0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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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시민 합세, 안정 찾았지만
캐논 북상 소식 '조기 철수' 전격 결정
"이제 괜찮아졌는데"… 대원들 아쉬움

태풍으로 인해 조기 퇴영 결정이 발표된 7일, 독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잼버리 야영장 내 부스를 정리하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태풍으로 인해 조기 퇴영 결정이 발표된 7일, 독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잼버리 야영장 내 부스를 정리하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지난 1일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12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됐다.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른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폭염 속 파행 직전까지 갔던 세계잼버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개막 1주일 만에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천재지변의 벽에 또다시 가로막혔다.

야영 없는 '잼버리' 전락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잼버리 야영장 내 K팝 댄스 연습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안=뉴시스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잼버리 야영장 내 K팝 댄스 연습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안=뉴시스

7일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조기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비상시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후 정부는 ‘플랜B’ 논의에 곧바로 착수해 잼버리 장소 변경을 결정했다. 새만금 야영지에 남아 있는 156개국 3만7,000명의 대원은 8일부터 순차적으로 수도권 등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닌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앞으로 행정기관 등이 마련한 숙소에서 지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까지 총력으로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지만 야영 활동을 통해 문화를 교류하고 우정을 쌓는다는 잼버리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첫날은 정말 안 좋았지만…"

잼버리 야영장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 부안=김진영 기자

잼버리 야영장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 부안=김진영 기자

이날 워터 슬라이드(물 미끄럼틀)를 타고 물총 싸움을 하는 등 새만금 야영장에서 진행된 사실상 마지막 야외 프로그램을 소화하던 각국 대원들은 갑작스러운 ‘조기 퇴영’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흠뻑 젖은 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물세례를 선사하던 포르투갈 출신의 미엘(17)은 “지금 상황에선 한국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더 머물 수 있을 것 같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중단 위기까지 겪었던 세계잼버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헌신적인 도움을 준 한국 국민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개막 초기 부실 운영 논란이 일자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합세해 행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군산 주민들은 후원금 약 1,000만 원을 모아 야영장에 얼린 생수 등을 제공했다. 얼음물 400병을 자비로 사서 전주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부부와 삼남매 일가족도 있었다. 미엘은 “첫날은 야영장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지만 전폭적인 지원 덕에 모든 문제가 빠르게 개선됐다”며 “이런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온 샤리프 아이니(16)도 “꼭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은 일정 어떻게?

대원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새만금 영지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번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 ‘K팝 콘서트’ 장소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다시 변경될 전망이다.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썸머비치 축제 행사장에서 영국 잼버리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썸머비치 축제 행사장에서 영국 잼버리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각국 대원들은 앞서 조기 퇴영한 영국 청소년들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영국 대원 지니(15)는 “캠핑 장소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잔뜩 물렸다”고 딱지 가득한 손등을 보여주면서도 “(서울에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라 재밌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관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팀도 여럿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아직 남은 시간에 뭘 할지 못 정했다”고 고민스러워했다.

부안= 김진영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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