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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에 새겨진 '새만금 악몽'… 서울서 쌓은 추억으로 지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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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으로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외국인 청소년 무리가 눈에 띄었다. 팔다리에 난 상처들로 그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자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난 5일 각국 대표단 중 처음으로 폭염 및 열악한 시설 등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 대표단이다.
평상복 차림의 영국 대원들은 영국 잼버리 스카우트단을 상징하는 파랑, 빨강, 흰색 조합의 두건을 목에 두른 덕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새만금을 떠났어도 피할 수 없었던 'K-폭염'의 습하고 뜨거운 기온에도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 손에는 한국 컵라면을, 한 손에는 손 선풍기를 들고 쇼핑을 즐겼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대원들도,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는 대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즐거워하는 대원들의 팔과 다리에 아물지 않은 채 남아있는 벌레 물린 자국이 눈에 밟혔다. 상처는 주로 발목 바로 위쪽과 팔 뒤편에 빨간 원형 자국들이 집중적으로 관찰됐는데 이는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퇴영 전 불만을 토로한 화상벌레(청딱지개미반날개)에 물린 상처인 것으로 추정된다. 7일 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 동안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은 벌레 물림 환자는 383명으로 전체 환자 중 36.1%를 차지했다.
퇴영 후 이틀이 지났으나 여전한 상처 자국은 기온, 정수, 잠자리, 위생 등이 문제 됐던 새만금에서의 열악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영국의 중부지역 스태포드쉬어에서 온 14~18세 대원들은 취재에 웃으며 응하다가도 새만금에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하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의 잼버리 스카우트 대회 조기 퇴영에 이어 태풍 '카눈'이 북상한다는 소식이다. 겹치는 악재 속에 2023 새만금 잼버리 대회 정상화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대체 계획을 보고받고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전체 대원 철수를 통보했다. 스카우트 정신을 지키며 새만금 야영장에 머물렀던 나머지 참가자들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조직위는 서울 시내 기숙사와 구청 소유 체육관 등을 통해 숙소를 마련하고 지역 관광 일정을 적극 제공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본래 대회의 목적인 스카우트의 도전정신 함양 등에서 벗어났다는 지적과 대회 준비부족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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