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잡으려...메타 이어 알리바바도 AI 모델 '공짜로' 푸는 파격 택했다

입력
2023.08.08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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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한 오픈AI·구글과 차별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건 AI 개발사들 사이 오랜 관행이었다. 오픈AI와 구글은 챗GPT나 바드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밑바탕인 AI 언어모델은 비용을 내기로 협의가 된 이들에게만 제한적 범위에서 제공한다.

이렇게 언어모델을 꽁꽁 숨기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서다. LLM을 만들려면 대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가상서버) 등 인프라가 필요하고 막대한 인력과 전력 등을 투입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한다. 일정 비용을 받고 제공해도 본전 회수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관행을 깨는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메타가 지난달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라마 2'(Llama 2)를 오픈소스(무상 공개 소프트웨어)로 내놓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언어모델 2종을 3일(현지시간) 오픈소스 형태로 배포했다. 이들 업체의 언어모델은 누구나 무료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손해 불가피하지만... 단기간 이용자 확대 위한 노림수

메타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최신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라마 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메타 제공

메타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최신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라마 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메타 제공


메타와 알리바바가 손해를 감수하고 오픈소스 모델을 택한 것후발주자로서 시장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오픈AI와 구글이 AI 경쟁력을 인정받고 파트너들을 확보한 상태에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이용자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여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오류나 문제점을 빠르게 발견하고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 개발에 참여한 이들만 이용할 때보다 당연히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어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메타와 알리바바의 언어모델은 성능 자체는 오픈AI의 'GPT-4'나 구글 '팜(PaLM)2'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무료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이용자 대거 확보란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오픈소스 언어모델이 많아지는 것을 두고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게 하면 AI 악용 사례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데임 웬디 홀 사우스햄프턴대 교수는 "AI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채 오픈소스 모델이 확산하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탬플릿을 주는 격"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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