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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로웠던 '온실 효과'... 탄소 누적되며 '지구'를 뜨겁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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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수치로 묘사되는 경제학은 추상적인 사회과학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으로 결국 구현되는 것은 경제 현상이라고 다르지 않겠죠. 경제 분야 대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들이 문학과 역사학, 철학에 등장하는 경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문학 속 경제’를 3주에 한 번씩 화요일마다 연재합니다.
2021년 개봉한 ‘돈 룩 업’(Don’t Look Up)은 에베레스트산 규모의 혜성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려는 천문학자들과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의 간극을 주요 모티브로 한, 아담 매케이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범지구적 문제에 대해 근본적 대응보다는 이익을 챙기거나 왜곡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 대중들, 그리고 이에 반감을 갖거나 동화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나라면 어땠을까’ 또는 더 나아가 ‘작금의 유사 이슈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를 생각하게 된다. 매케이 감독은 제작 배경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감독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굉장히 후순위의 이슈로 간주하는 현 사회의 모습이 상당히 이질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웃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외 다큐멘터리들에서 점차 직접적으로 기후위기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른 경로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그와 맞물려, 과연 기후위기로 인한 비용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계속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주로 온실가스(GHG)의 과도한 배출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배출량 감축 대상인 주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총 6가지 물질이며, 비교를 위해 통상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척도로 한 이산화탄소환산량(CO2eq)’을 사용한다. 2021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현황을 살펴보면, 이산화탄소가 약 79.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메탄(11.5%)과 이산화질소(6.2%)가 뒤를 잇는다. 편의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또는 탄소 배출량으로 축약해 지칭하기도 한다. 가령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황을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라고 표현하고, ‘온실가스 1톤CO2eq의 추가 배출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액’을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이라고 한다.
사실 탄소는 인류, 나아가 지구 전체의 구성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탄소순환(carbon cycle)’으로 일컫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대기ㆍ해수ㆍ동식물ㆍ토지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탄소가 머무르고 순환한다. 예컨대 대기 중의 탄소는 대체로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강수를 통한 용해, 광물의 풍화, 식물의 광합성 등의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가 제거된다. 또한 생물의 호흡, 생물 사체의 분해, 화산 분출 등의 과정에서 탄소가 대기로 돌아간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의 존재는 우주로 빠져나가는 태양 복사열을 일정 수준 가둠으로써 적정 온도를 유지시키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킨다. 대기가 없다면 지구 표면 온도가 영하 18℃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본래의 온실효과 그 자체는 이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생물의 사체 중 일부는 땅속이나 해저 등에 쌓여 퇴적층을 이루고, 수천만 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다량의 탄소를 포함한 석탄, 석유 등으로 변한다. 이러한 화석연료를 인류가 동력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탄소순환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연소과정을 통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히 높인 것이다. 석탄 사용량은 18세기 중반의 1차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19세기 중후반 시작된 2차 산업혁명과 함께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석유 연료 사용량이 대폭 증가했다. 그 결과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250여 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1750년에 935만 톤이던 배출량이, 2021년 한 해 371억 톤에 이르렀고, 2021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700년대 평균 수치 대비 48% 증가했다. 이산화탄소가 최장 200년까지 대기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실효과를 넘어서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각종 피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참여와 함께 다양한 정부 단위에서의 합목적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 주요국은 정부정책의 비용편익분석에서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을 반영하고자 노력해왔다. SCC는 부정적 외부효과(externalities)에 해당하며, 적절히 내재화(internalization)하기 위해 직접 규제(각종 허용기준, 사용기준 등) 또는 경제적 유인 기반 정책(세제, 배출권거래제 등)이 활용된다. 또한 직접적 배출저감정책 외에 교통 인프라 확충, 신규 발전소 건설 등과 같은 여타 정책들도 배출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증감을 야기하는 모든 정부정책들의 비용편익분석에서 SCC 또는 대안적 방식의 추정치 고려를 권장하고 있다.
SCC는 대체로 통합평가모형(Integrated Assessment Model: IAM)하에 글로벌 피해액을 반영하는데, 이를 직접 추정하는 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최초 추정은 2008년에 시작됐으며, 범부처 작업그룹(IWG)의 주도하에 세 가지 통합평가모형의 분석결과를 종합한 추정치가 2010년에 공개됐다. 추정작업은 크게 네 단계로, ①장래의 인구변화 및 경제성장 등을 고려한 배출량 예측 ②배출량에 기반한 장래의 기후변화(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등) 예측 ③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영역(농업, 건강, 에너지사용 등)의 사회경제적 피해 예측 ④장래 피해액의 현재가치화 및 총합계액 도출 등의 과정을 거친다. 2010년 분석결과의 대푯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당 26.3달러(2020년 기준)이고, 이후 2021년에 새로운 추정치인 51달러가 제시됐다. 이에 더해 2022년 11월, IWG에 참여 중인 미국환경보호청(EPA)은 최신의 과학적 근거와 기후변화의 다양한 측면을 추가 반영한 추정치로 190달러(2020년 기준)를 내놨다. 한편 미국 버클리대와 미래자원연구소(RFF)의 연구진들이 2022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한 연구결과에서는 신규 IAM 추정치로 185달러(2020년 기준)가 제시돼 EPA 결과와 유사성을 보이기도 했다.
개별 국가의 정책평가 과정에는 글로벌 SCC를 반영할지 아니면 자국의 영향으로 국한해 반영할지에 대한 이슈가 존재한다. 원칙적으로 온실가스는 배출 지역에 상관없이 글로벌 영향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추정치 전체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특정 국가에서 1톤의 온실가스를 배출(감축)하면 전 세계적 비용(편익)의 증가로 귀결된다. 다만 국가발전 단계상 그간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가 적으면서 향후 배출량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 추진이 불가피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추정치의 적용에 있어 이해를 달리할 수 있다. 이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와도 관련이 있는데, 결국 판단에 있어 그간의 배출 기여가 높은 국가들이 얼마만큼의 초국가적 지원을 시행하는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SCC 추정치는 대푯값과 함께 대체로 넓은 범위의 구간을 지니게 되며, 통합평가모형 내 주요 가정에 따라 대푯값과 구간이 크게 달라진다. 그 대안으로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은 비용편익분석 시 ‘한계저감비용(marginal abatement cost: MAC)’ 추정치를 반영하고 있다. 개별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최소비용을 추정한다는 점에서, MAC 추정은 SCC 추정 대비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예측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여전히 미래 저감기술 변화에 대한 가정의 불확실성과 각종 수반비용 누락에 따른 과소추정 우려가 존재하며, 아무래도 직접 추정이 힘든 타국에서의 활용도가 낮다. 두 방식을 앞선 영화의 상황에 대입하면, SCC는 혜성이 지구에 부딪혔을 때의 전체 피해액이고, MAC는 혜성을 지구 도착 전에 해체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의 규모, 그리고 그것을 추정하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도 SCC와 MAC 간 선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 열띤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용편익분석 시 주로 해외의 추정치를 가치이전(value transfer)하여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계획되고 시행되는 상황에서, 정책평가 시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과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현석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재정투자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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