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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보장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폭염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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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입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매일 이어지는 탓입니다.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이미 2,000명을 넘겼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20명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작년 발생했던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가 각각 1,564명과 9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폭염 위험은 여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혹시 폭염에도 보험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최근 온열질환 관련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보다 자연재해 피해가 심각했던 외국은 폭염보험이 보편화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폭염보험은 어떤 보험인지, 해외 상황은 어떤지, 한국은 관련 상품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게요.
폭염보험을 얘기할 때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입니다. 스미토모생명이 지난해 4월 열사병 특화 보험을 첫 출시했고, 최근 관련 상품이 늘고 있거든요. 실제 일본 폭염이 극심했던 작년 6월에는 불과 사흘 만에 6,000건 이상의 열사병 특화 보험 계약이 체결됐을 정도입니다. 손포재팬보험 또한 작년 7월 열사병 입원 및 사망 환자 상해보험 특약 가입 연령을 23세 미만에서 전 연령으로 확대했습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종류의 폭염보험도 있습니다. 지진 강도나 강우량, 기온 등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 정한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파라메트릭(Parametric) 보험을 이용한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영문 뜻처럼 모(母)집단의 특성에 따라 산정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특정 기준을 충족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보험과 다릅니다. 우리말로 지표형 또는 지수형 보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도가 폭염보험에 파라메트릭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록펠러재단이 5월 소액보험 스타트업인 블루마블 및 인도 여성노동조합과 함께 출시한 상품으로, 평균 기온보다 높은 기온이 사흘 이상 지속될 경우 일용직 여성 노동자에게 일당 3달러를 입금해 줍니다. 폭염 기간 여러 차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염전과 폐기물 재활용업체 등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조합원 2만1,000명이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도 같은 달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 보상 파라메트릭 상품이 첫 출시됐습니다.
국내 폭염보험은 최근에서야 등장했습니다. 삼성화재가 지난달 출시한 '계절맞춤 미니보험'이 첫 상품입니다. 여기엔 온열질환 등 기후성 질환뿐만 아니라 익사, 독액성동물접촉중독 진단비,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등 여름 특화 플랜이 담겨있습니다. 잠수병에 걸릴 시 치료방법인 고압산소요법 치료비도 보장을 합니다. 보험료는 한 달 기준 1만 원 정도며, 하루 단위 가입도 됩니다. 실손보험금과 중복 수령도 가능하죠.
국내 폭염보험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입을 빌리자면 "최근 들어 기후 변동성이 극심한 탓에 상품을 설계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며 "폭염보험이 생소한 상품인 탓에 소비자 관심도 높지 않다"는 겁니다. 실손보험으로도 폭염질환 치료비를 일정 부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폭염보험 출시를 늦추는 요인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폭염보험을 또 가입할 필요성이 없는 셈입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특히 더 생소합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파라메트릭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 기온 등 특정 기준을 넘으면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탓에, 일반 보험보다 손해율이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폭염보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열사병 보험을 출시했던 일본 스미토모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기온 변화와 같은 연간 데이터를 토대로 열사병 환자 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해율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죠.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은 폭염보험 등 글로벌 파라메트릭 보험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9.6%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2028년 시장 규모만 214억 달러(약 28조 원)로 추산될 정도죠. 보험연구원의 강윤지 연구원은 "유엔과 적십자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인 폭염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국내에 폭염보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가입하는 '시민안전보험'이 있거든요. 시민안전보험은 일상생활 도중 재난 및 사고를 입은 시민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된 시민은 자동 가입이 되고 사고 지역에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지자체가 '열사병 및 일사병' 보장 항목에 가입했다면 폭염에 따른 재해의 보상이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최근 시민안전보험에 폭염 보장을 추가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일사병 및 열사병에 대한 후유 장애에 대해 최대 500만 원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보장 범위였던 사망보장 2,000만 원에 새 보장 대상을 추가한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매년 반복될 수 있는 폭염으로부터 시민에 대한 안전망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축 대상 폭염보험은 상대적으로 활발합니다. '가축재해보험'이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재해나 질병 피해에 따른 축산 농가의 소득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이 중에 돼지 및 가금류(닭·오리·꿩·메추리·칠면조·타조·거위·관상조)는 폭염재해보험에 추가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특약 보험료(연간 1회 납입)는 마리당 돼지 2,336원, 가금류 43.6원 수준이며, 여기에 정부가 보험료 5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돼지와 가금류가 폭염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5년간 가축재해보험 손해액을 분석한 결과, 폭염 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에 돼지와 가금류의 손해액은 각각 910억 원, 504억 원에 달했습니다. 반면에 폭염 일수가 가장 적었던 2020년 손해액은 각각 283억 원, 85억 원에 그쳤습니다. 털 등으로 열을 배출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대다수가 공장식 밀집 축사에서 사육되는 탓입니다.
가축 폭염보험 가입률은 작년 기준 돼지는 전체 36.8%, 가금류는 74.1%입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가 1일 기준 15만3,307마리(농림축산식품부)에 달할 정도인 걸 감안하면 보험 가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죠.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폭염 기간엔 특약 가입이 제한되기에, 가축재해보험 최초 가입 시 폭염재해보험 보장을 추가해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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