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입력
2023.08.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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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016년 8월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개인 에페 결승전에서 한국의 박상영이 헝가리의 임레 게저에 9-13으로 뒤진 상황에서 2라운드 휴식을 갖고 있다. 박상영은 이때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운 뒤 경기에 나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기적'은 가끔, 아주 가끔 세상 속에 슬며시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특히 스포츠를 통해 기적의 순간을 목격해 왔다.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결승에 오른 스무 살 박상영은 헝가리의 베테랑 임레 게저에 9-13으로 뒤지고 있었다. 총 3라운드 중 2라운드를 마친 그는 잠깐 쉬면서 중얼거린다.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후우~) 할 수 있다."

숨을 고른 그는 3라운드 시작과 함께 1점을 따냈고, 상대 선수도 곧바로 1점을 만회해 10-14가 됐다. 15점이 되면 끝나는 경기. 상대는 단 1점만 남겨뒀다. 누가 봐도 박상영의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박상영은 마치 신들린 듯 일방적인 공격으로 내리 4점을 따냈다. 스코어는 14-14. 박상영은 마지막 1점을 위해 과감한 '팡트(Fente·팔과 다리를 길게 뻗어 상대를 찌르는 동작)' 공격을 시도했고, 단 1초 만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 순간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의 목소리가 가슴을 웅장하게 했다. "여러분은 기적의 순간을 함께하셨습니다."

우리는 카타르 도하에서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다. 1993년 10월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한국은 두 대회 모두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30년 전에는 우리가 월드컵 본선을 위해 북한에 다득점 승리를 거두고, 사우디-이란전, 일본-이라크전에서 사우디와 일본 중 한 팀이 패하거나 무승부가 나와야 했다. 한국은 북한에 3-0 대승했으나 사우디가 이란에 승리해 희망이 한풀 꺾였다. 그런데 이라크가 후반 추가시간을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골로 2-2 무승부를 만들었고, 골득실에 앞선 한국은 일본을 밀어내고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줬다. 이를 '도하의 기적'이라 부른다. 지난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0%도 되지 않는 확률을 뚫고 16강에 진출해 또 한 번 도하의 기적을 썼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조소현(가운데)이 지난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얼마 전 여자 축구대표팀도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16강을 위해 험난한 도전을 했다. 1, 2차전 패배 후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강호' 독일을 상대로 5골 차 이상 승리하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줘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희망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언론은 앞다퉈 '사실상 탈락' '불가능한 일' '매우 희박하다' 등의 표현으로 탈락을 당연시했다.

기자는 '경우의 수'를 희망적으로 다뤘다가 "기사가 우스워 보인다"는 일부 반응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결국 실현된 여러 기적을 눈앞에서 경험하고도 희망을 부정하란 뜻으로 들렸다. 왜 우스워 보일까. 스포츠에서조차 희망을 이야기하지 말란 건가. 결과적으로 여자 축구대표팀은 기적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독일과 무승부를 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5년 전 남자 축구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에 승리했던 '카잔의 기적'처럼.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마음만 먹으면 꿈과 희망은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비록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희망을 노래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 역시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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