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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아파트 293곳 조사... 명단 공개·계약해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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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아파트를 솎아 내기 위해 정부가 다음 주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전국 민간 아파트 293곳의 전수조사를 착수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9월까지 모두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특히 철근 누락이 발견될 경우 아파트 명단 공개·보상 문제 등을 둘러싼 후폭풍도 예상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수조사는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105곳)와 이미 준공돼 입주민이 살고 있는 완공 아파트(188곳)가 다르게 진행된다. 105곳은 입주 예정자(수분양자)에게 점검 사실을 따로 통보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안전진단기관을 통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다.
반면 완공 아파트는 사람이 거주하기 때문에 입주자 협의를 거쳐야 조사할 수 있다. 정부는 입주자들이 점검에 당연히 응할 걸로 예상하지만 만약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특히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59곳은 입주민이 퇴거한 상황에서 가구를 들어내고 벽지도 뜯어야 해 조사가 훨씬 번거롭다. 다만 59곳 대상 조사는 모든 가구가 아니라 일부 가구만 지정해 진행하는 샘플 조사 방식이 사용된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공법의 91개 단지 지하주차장을 전수조사할 때도 3개월이 걸린 만큼, 민간 아파트 조사 기간을 두 달로 잡은 정부 계획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정밀안전진단 대상 아파트를 솎아 낸다. 샘플 조사에서 철근 누락 등이 발견돼 전 가구 대상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아파트다. 최근 철근 누락으로 명단이 공개된 LH아파트 15곳이 이런 경우다.
일단 정밀안전진단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하자가 객관적으로 드러났다는 뜻이어서, 이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걸로 보인다. 입주예정자·입주민의 시공사·시행사 상대 손해배상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당정이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곳에 대해 손해배상·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 같은 방안은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갈등 중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조정위의 민원 처리 기간이 평균 299일에 달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결국 입주민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원에서 중대 하자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 분양 계약 해지는 쉽지 않다"며 "다만 건설사, 감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3곳 명단은 물론 추후 철근 누락이 발견돼도 명단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사후 대책 없이 전수조사 카드를 성급히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 안심이 먼저"라며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어느 정도 (사후 대책 등에 대한) 판단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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