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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불가 상품의 '두 얼굴'

입력
2023.08.07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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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막혀있던 여행에 대한 보복 심리가 더해져 해외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인천공항 국제선 여행객 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394만 명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2,440만 명으로 6배나 증가하였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권 구매 관련 피해구제 신청 수도 작년 상반기 305건 대비 금년 상반기 834건으로 173%나 증가하였다.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여름휴가와 추석을 대비해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피해주의보를 발령하였다. 작년 1월부터 금년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권 관련 피해구체 신청 1,960건 중 여행사를 통한 구매로 발생한 피해가 1,327건으로 68%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최종결제 전 가격과 취소·변경 수수료 및 환불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도록 주의를 당부하였다. 주말·공휴일 환불불가 등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고 영업시간 외 판매·발권은 가능하나 취소는 불가한 여행사의 항공권 구매대행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자도 온라인 여행사를 통하여 환불불가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환불불가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불불가 상품인 줄 알면서도 구매 후 이런저런 이유로 환불 요구나 예약 변경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협상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었다. 저렴한 상품이라는 이유로 환불불가 상품을 구매할 때는 더 꼼꼼하고 깐깐하게 따졌어야 할 걸 하고 후회했다.

일부에서는 환불불가 상품이 소비자에게 불공정하므로 판매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가피하게 여행 일정이 변경되거나 마음이 바뀌는 일부 여행객에게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합리적인 여행객은 환불불가 상품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 호텔의 경우 대부분 같은 객실에 대하여 환불불가·즉시지불·호텔지불 등 3가지 옵션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으며, 그중 환불불가 옵션이 가장 저렴하다. 환불불가 상품은 동일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선택권을 여행객에게 제공한다. 경쟁을 통한 저렴한 가격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 경쟁법의 목적과 일치한다. 소비자기본법도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흔히들 경쟁법과 소비자보호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환불불가 상품은 경쟁법과 소비자기본법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므로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

환불이 가능한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환불을 차단하거나 시스템상으로 어렵게 하는 교묘한 상술로부터 합리적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부개입은 꼭 필요하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주의보를 발령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일부 피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환불불가 상품 판매 자체를 막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 환불불가 상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일부 소비자는 보호할 수는 있으나 혜택을 보는 대다수 합리적인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소수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나친 정부규제나 간섭이 다수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김형배 연세대 겸임교수·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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