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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들이 코딩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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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2019년 출발한 신생기업(스타트업) 인티그레이션은 한의사와 치과의사들을 돕는 의료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메디스트림, '모어덴', '치즈톡'은 의료인과 의대생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메디스트림은 한의사, 모어덴은 치과의사, 치즈톡은 치과위생사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의료인들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컴퓨터를 이용해 3가지 서비스에서 정보를 주고받거나 의료기기와 재료 등을 구매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의사 면허증이나 의대 학생증, 재학증명서 등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3가지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는 5만 명입니다.
이 업체는 병원 경영을 돕는 일도 합니다. 매출, 환자 수, 환자 유입 경로 등 여러 요소를 분석해 주고 채용, 광고 등을 지원합니다.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어 한의원과 치과 진료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직원 중 의료인 출신들이 많습니다. 송언의 인티그레이션 공동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입니다.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보호 장구 없이 실습하다가 의료기기에 눈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3개월 입원 후 더 이상 진료를 하지 못할 것 같아 고민하다가 창업했습니다. "치과 의사들의 정보 교류와 소통에 도움되는 서비스를 고민했죠."
정희범 인티그레이션 공동대표는 한의사였습니다. 직접 한의원을 운영하며 6년간 한의사로 일했습니다. 그는 일하면서 의료기기 가격이 불투명하고 업무량이 너무 많아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의사들의 환경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했죠."
서보현 인티그레이션 개발자는 한의대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입시 때 컴퓨터공학과를 고려했을 정도로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뜻을 따라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한의사보다 개발자가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이버 부스트 캠프에서 2019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코딩 교육을 받고 지금 회사에 개발자로 입사했죠."
그는 한의학을 공부한 덕분에 개발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 용어를 잘 알아서 개발에 도움이 많이 돼요. 어려워하는 동료 개발자에게 용어를 설명하며 도와줘요. 또 한의대를 나와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 중 동기나 친구들이 많아 직접 반응을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창업 초기부터 일한 김철민 인티그레이션 이사도 한의사입니다. 정 대표와 동문인 그는 학생 때 정 대표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의학이 어려워 공부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정 대표가 18개 과목의 요약본을 만들어 동기들과 공유했어요. 덕분에 수월하게 진급했죠. 그때 좋은 콘텐츠를 유통하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는 졸업하고도 정 대표와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3년 동안 5명이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화상 회의로 어깨, 허리, 무릎 진료법, 한의원 경영 방법 등을 공부했어요. 원래 한의원 개원을 목표 공부했는데 하다 보니 좋은 정보가 모여 한의학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죠."
지난 3월부터 치과 의사와 치과 위생사를 위한 온라인 강의를 만드는 콘텐츠팀에도 의료인들이 있습니다. 이소연 인티그레이션 콘텐츠팀장은 치과 위생사 출신입니다. 신입 치과 위생사들을 위해 '난생처음 치과진료'라는 책도 냈습니다. "치과 위생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적응을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책을 만들며 콘텐츠에 흥미를 느꼈죠. 그래서 중앙대 문화콘텐츠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다가 정 대표의 제안을 받아 이곳 콘텐츠팀에 입사했어요."
이 팀장은 직접 강의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합니다. "함께 촬영했던 의사가 일하는 병원에서 우리가 찍은 강의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어요."
온라인 강의를 함께 만드는 백주연 씨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왔습니다. "대학생 때 글쓰기와 책 읽는 것을 좋아해 학보사 기자를 했어요. 매주 다양한 사람을 만나 취재하고 기사를 썼죠. 치과의사 국가고시를 본 직후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콘텐츠팀 인턴이 됐어요. 먼저 정규직으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계속 다니고 있죠."
백 씨는 회사가 의료업계의 성장을 고민하는 점에 매료됐습니다. "기업이라면 매출만 신경 쓸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회사를 키우며 이 업계를 끝까지 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백 씨에 따르면 앞으로 이 업체는 의료인들을 위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온라인 강의만 진행하는데 실습을 동반한 강의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오프라인 강연을 기획 중입니다. 의사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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