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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리고 보자"… 칼부림 범인 다가오는데 또래 지혈한 고교생

입력
2023.08.04 07:18
수정
2023.08.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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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30분간 또래 여성 지혈 도와

서현역 칼부림 피해자를 도운 17세 윤도일군(왼쪽 사진). 오른쪽은 현장 사진이다. 연합뉴스

서현역 칼부림 피해자를 도운 17세 윤도일군(왼쪽 사진). 오른쪽은 현장 사진이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해자를 도운 10대들이 알려졌다. 이들은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순간에도 "일단 부상자를 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약 30분간 피해자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행' 피해자를 도운 고등학생 윤도일(17)군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계신 분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갔다"면서 "범인이 올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계속 상처를 손으로 눌렀다"고 밝혔다. 윤군은 이날 오후 6시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인근을 지나던 중 야외 광장에서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갔다.

두 사람은 모두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었다. 윤군은 두 피해자 중 부상 정도가 심해 보이는 또래 여성에게 다가가 복부의 상처를 두 손으로 꾹 누르며 지혈했다고 한다. 그는 "남성분은 스스로 지혈하고 계셨는데 여성분은 너무 많이 다치신 것으로 보여 곧바로 지혈에 나섰다"면서 "이후 백화점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남성분의 지혈도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함께 있던 친구도 윤군이 지혈하는 동안 주변을 살폈다고 한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시 아직 피의자가 체포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윤군은 "두려웠지만, 일단 부상자를 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지혈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 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흉기를 든 채 다가왔지만, 윤군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만약 그 상황에서 범인이 다가오면 대치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던 경찰관을 보고 도망치자 경찰관들이 뒤쫓았다"며 "그냥 계속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군은 부상자의 어머니에게 걸려 온 전화를 대신 받아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보호자가 도착해 부상자와 함께 구급차에 올라탈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윤군은 평소 구급 대처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상을 챙겨보곤 했다고 한다. 그는 "도움이 돼서 다행"이라며 "피해자 두 분 다 시간이 갈수록 의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시고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꼭 완쾌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한 쇼핑몰에서 배달업 종사자 최모(23)씨가 흉기를 휘둘러 14명이 부상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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