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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과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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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그룹 2B)로 분류한다. 실험동물에서 암에 대한 제한된 증거가 있었고, 암을 유발하는 가능한 메커니즘과 관련된 제한된 증거가 있었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 WHO와 식품농업기구(FAO) 공동의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가 이렇게 발표하자, 아스파탐을 식품에 쓰도록 허용해온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끈하며 반박문을 냈다.
“아스파탐을 인간에 대한 가능한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IARC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IARC가 의존한 연구에서 중요한 결점을 확인했다.”
소비자들 혼란은 당연했다. 아무렇지 않게 먹던 감미료가 갑자기 발암 물질로 바뀐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권위 있는 과학기관들이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말이다. 미국음료협회(ABA)는 △과학계를 널리 납득시키지 못하고 △실험적 결함이 있고 △협소한 발견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주장을 한다는 점 등을 들어 IARC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과학”이라고 깎아내렸다.
FDA와 ABA는 IARC가 제시한 연구들이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가령 프랑스 성인 10만 명 중 감미료를 많이 섭취한 사람이 적게 섭취한 사람보다 암 위험이 높았다는 연구에선, 암 발생을 오로지 감미료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감미료 섭취 정도를 연구 참여자들 자체 기록으로 파악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IARC와 JECFA는 아스파탐과 소비자 건강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무 자르듯 가르기 힘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두고 방사성 물질 측정은 오류 가능성이 적은 만큼 신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방류가 가능하도록 기술적 데이터를 만들어준 거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영향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과학자는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방출됐는데도 별 변화가 없었으니 희석해 내보내는 건 걱정 안 해도 된다지만, 다른 과학자는 광범위하게 연구되지 않아 잘 모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맞선다. 과학자로서의 지식과 경험과 양심에 근거한 판단일진대, 누가 옳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혼란과 갈등의 원인은 결국 과학의 불완전성에 있다. 연구를 설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주관이나 신념이 개입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과학철학자인 케빈 엘리엇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자신의 책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에 “과학자들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가치가 적재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아스파탐은 신중한 길로 간다. 일단 발암 물질로 분류해 놓고 추가 연구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아스파탐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길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위험 가능성을 조심하자는데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후쿠시마는 다른 길로 간다. 안팎의 걱정이 많고 대안도 없지 않은데, 일본은 기어이 쉬운 방법을 강행하려고 한다. 그래도 별일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인체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배척하지 않는 게 ‘신뢰할 수 있는 과학’이다. 일본이 ‘선택한 과학’에 어떤 가치가 담겼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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