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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허락된 공간, 어린이공원... 부족한데 오히려 줄고, 쫓겨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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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의 땅도 놀릴 수 없다는 듯이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주택가 한복판에 외롭게 자리 잡은 서울 구로구 개웅어린이공원, 이 작은 공원은 동네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직선거리 1㎞ 내에 어린이공원이 둘 더 있지만, 규모도 더 작고 놀이시설도 미끄럼틀 하나 간신히 있는 수준이라 인근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몰린다. 공원이 위치한 개봉동 전체로 봐도 전체 면적 300만㎡ 중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겨우 3,000㎡. 이 동네의 여건이 유별나게 열악한 것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 도시의 주거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키즈카페, 체험박물관, 캐릭터 전시 등 어린이들을 위한 상업 놀이공간은 부모들이 따라잡기 벅찰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생활권 공공 놀이공간에 대한 투자는 한참 뒤처지고 있다. 특히 각 주거지역의 열린 놀이공간으로 기능하는 풀뿌리 기반시설, 어린이공원은 아이들 ‘놀 권리’ 보장의 시발점이지만 확충이 쉽지 않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내 공원 총면적은 17만2,675.06㎡로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17.74㎡이다. 그러나 이는 한강공원, 유원지 등 거주 지역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차이나거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찾기 어려운 공원을 모두 합한 수치다.
거주 지역,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원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이 도보로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공원은 같은 해 기준 1,249개소 219만2,000㎡로 시민 1인당 0.23㎡, 어린이(만 12세 이하) 1인당 2.75㎡ 수준이다. 어린이공원 면적이 가장 작은 자치구는 1인당 면적이 0.11㎡(전체), 1.42㎡(어린이)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 총면적이 7,300㎡ 감소했지만, 인구가 줄어 1인당 면적은 0.02㎡(전체), 0.84㎡(어린이) 증가했다.
다른 유형의 놀 공간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 존재하는 놀이시설은 8만119곳, 이 중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과반이 넘는 4만2,436곳을 차지한다. 재학생들에게만 열려 있거나 혹은 시간에 따라 재학생들에게도 열려있지 않은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내에 위치한 시설이 2만2,073곳, 각종 유료시설 등을 제외한 열린 놀이시설은 1만 곳이 조금 넘는다. 놀이시설 8곳 중 1곳만이 경제·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지 확보의 어려움이다. 서울 시내 어린이공원의 과반이 1980년대 및 그 이전에 지어졌기에 협소하거나 시설이 노후화됐다. 노후한 시설은 지자체나 사회복지재단의 리모델링 사업으로 꾸준히 개선됐다. 그러나 어린이공원의 접근성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공원을 신설하고 기존 공원을 확장해야 하지만 땅 한 평으로 사람이 죽고 사는 현대 도시에서는 난관투성이다. 최근 몇 년간 지어진 공원들은 대부분 재개발 사업이 있을 때 기부채납을 받아 조금씩 확충한 것이다.
어른들의 욕심에 그나마 존재하는 어린이공원에서 아이들이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수도권 내 어린이공원을 취재하던 중 대낮부터 공원에서 소주를 마시는 어른들과 모래밭에 버려진 술병과 담배꽁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성인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대부분 안전을 위해 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가뜩이나 귀한 어린이공원이 어린이 없는 어린이공원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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