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논란 김은경 "정치 언어 잘 몰라... 어리석었다"

춘천 간담회서 "그런 뜻 아니었다" 자세 낮춰
양이원영, 대한노인회 찾아 "죄송하다" 사과
원로회의 등 "김은경 사퇴, 이재명 사과 요구"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2일 오후 강원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린 전국 순회 간담회 '강원도민과의 대화'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일 '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상처를 드렸다면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동조했던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국가원로회의, 대한노인회 등 원로단체 등의 공개 비판으로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 지도부까지 수습에 진땀을 흘리자, 김 위원장도 자세를 낮춘 것이다.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여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생각이 합리적"이라는 발언을 한 지 사흘 만이다.

고개 숙인 김은경 "상처 드렸다면 노여움 푸시라"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강원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무슨 뜻인지도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다소 오해 있게 들으신 경우가 있어 마음이 상하신 어르신이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여움을 푸시고, 그런 뜻이 아니었음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했는데, 이날은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사과의 표현은 없었다.

양이 의원은 이날 저녁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사과했다. 그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써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청년들이 미래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노인회 간부와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어떻게 보면 감정을 상하게 하는 표현이었다"며 "바로 알고 삭제를 했지만 뱉어놓은 말이니 그 말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해서 사과하러 온 것"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전부터 이들을 대신해 논란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모든 구성원은 세대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간담회 후에도 "어르신들께서 상처받은 부분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혁신위 소속 이해식 당 사무부총장과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도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민과의 대화 행사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측은 "당사자가 사과하러 와야 문제가 해결된다. 늦더라도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도 3일 대한노인회를 찾을 예정이다.

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원로단체 "어르신 면전에 모욕감… 사퇴 요구"

민주당 지도부와 김 위원장이 진화에 나선 것은 국가원로들까지 문제를 제기한 데다 김 위원장을 임명한 이재명 대표에게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조속히 진화하지 못할 경우 최근 하락세인 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도 계파를 불문하고 연일 설화를 일으키는 김 위원장과 혁신위에 대해 "민주당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사고를 치고 수습도 못 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혁신위가 혁신은커녕 오히려 당에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국회의장, 장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원로회의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어르신들의 마음에 상처와 아픔을 그들의 면전에 심각한 모욕감을 안기며,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김 위원장의 통렬한 사과와 책임 있는 사퇴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김 위원장 발언에 동조한 양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이재명 대표의 사과·사퇴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앞서 대한노인회도 성명서를 내고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김 위원장과 양이 의원, 이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허유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