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교사와 자녀 분리하려고 고소… 선처 탄원서 제출할 것"

A4용지 10장 분량, 15개 항목 2차 입장문 게재
"다른 방법 떠오르지 않아 몰래 녹음...공개 안 해"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 주호민씨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자신의 발달장애 자녀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교사와 아이를 분리하기 위해 고소했다"며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주씨는 2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며칠 동안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A4용지 약 10장 분량의 입장문을 올렸다.

교사와 면담하지 않고 바로 고소했다는 비판에 주씨는 "상대 교사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어 대면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교사를 직접 만나는 것보다 분리를 위한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생각해 교육청에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해당 교사와의 분리조치가 힘들었다고 주씨는 덧붙였다.

그는 "학대 의심이 든 교사에게서 아이를 분리시키기 위해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였다"며 "고소를 하면 우선 분리 조치가 되고 그 이후에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처리될 거라 생각했는데 직위해제와 기소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것에 대해 미처 예측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씨는 해당 교사를 고소했지만,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재판을 통해 끝장내겠다는 식의 생각은 결단코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건이고 기소가 된 후여서 소 취하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과를 하신다면 얼마든지 도울 것이라고 상대 교사 측에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밥줄을 자르는 칼을 너무 쉽게 휘둘렀다는 비난을 많이 보았다. 지금에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결과까지를 고려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시행되는 제도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 것까지를 고려한 바탕에서 설계되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원망이 있다"고 제도적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다만 주씨의 아내가 재판에서 교사의 처벌을 원한다고 밝힌 데 대해 "재판정에서 교사가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했고, 사과보다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걸로 보였다"며 "아이 엄마는 교사가 사과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처벌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했다.

주씨는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이유에 대해선 “또래보다 인지력이 부족하고 정상적 소통이 불가한 장애 아이인지라 부모가 없는 곳에서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빠르게 교정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며 "이것이 비난을 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녹음 내용을 언론 등에 공개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감정적인 어조의 말들에서 교사는 아이의 이름 대신 ‘야’, ‘너’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것이 훈육의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재판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녹취록을) 증거로서만 사용하고 공중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원칙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주씨는 “전문가의 객관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여러 변호사들에게 상담을 받았다”면서도 “형사재판이라 따로 변호사를 구하지 않아도 됐고, 초반 상담 외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한국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해당 교사 공소장에 따르면 교사는 주씨의 아들에게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등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