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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두부처럼 무너져"...'두부공정' 중국 욕하다 닮은 '건설강국'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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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공사로 인한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는 중국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도시 개발이 본격화한 1990년대 이후 "최대한 싸게, 되도록 빨리 짓자"는 기조가 보편화했고, 최초 설계를 무시하고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건설 관행이 뿌리를 내렸다. 겉보기엔 멀쩡한 건물이 '두부처럼' 힘없이 무너진다는 뜻의 '두부공정(豆腐工程)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배경이다.
건설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 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핵심 원인 역시 '설계와 다른 시공'과 '무리한 비용 절감'으로 압축된다. '건설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던 중국을 닮아가는 셈이다.
중국은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자 처벌'로 여론의 시선을 돌렸다. 책임자를 종신형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조적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탓에 '두부공정'은 계속되고 있다. '건설 카르텔 해체' 등 책임자 처벌에 집중하는 대책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2009년 6월 완공을 앞둔 중국 상하이의 13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관리자 1명이 사망했다. 최초 설계 도면을 무시하고 시공 과정에서 임의로 지하주차장을 지으려다 발생한 참사였다. 지난해 4월 후난성 창사에선 주상복합 건물이 무너져 54명이 숨졌다. 건물은 5층 높이로 설계됐지만 건축주가 8층으로 무단 증축하는 과정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베이징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일 "선진국에선 시공 과정에서 설계자와 협의 없이 건축 계획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중국에선 건축주의 주문에 따라 최초 설계 도면이 현장에서 무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나쁜 관행이 한국으로 전파된 것이다.
2008년 5월 발생한 진도 8.0 규모의 '쓰촨성 대지진'은 천재지변인 동시에 인재였다. 1970년대에 지은 학교 건물들은 멀쩡했던 반면 2000년대 이후 지어진 학교 건물 7,000여 채는 모조리 무너지며 학생만 5,300여 명이 사망했다. 설계도에는 기둥 1개당 4개 이상의 철근을 박으라고 돼 있었지만, 철근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철근을 잇는 구조물과 시멘트 등도 싸구려 제품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철근을 아낀 건 LH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공비를 아끼려고 값싼 자재를 몰래 쓰는 관례는 한국와 중국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건물 붕괴 사고 때마다 '책임자 처벌'에 몰두했다.
중국 국무원은 창사 주상복합 건물 붕괴 사고 발생 1년 만인 올해 5월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건축법·규정 위반 혐의가 있는 고위 공무원 62명을 문책했다. "부실한 관리·감독과 소홀한 법 집행"을 사고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의 '불법·부실 건축물 철거 캠페인'을 벌였다.
2009년 상하이 아파트 붕괴 사고에 연루된 시공사 관계자들은 종신형을 받았다. 당시에도 재발 방지 대책 발표 등은 없었다.
두부공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던 2010년 중국은 정부 자금이 투자된 건설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벌였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부패에 연루된 5,100명을 기소했다고 홍보했지만, 두부공정을 손볼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진전이 없는 것이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모든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인사 조치를 하겠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치의 의혹 없이 책임자 모두를 책임지게 하겠다"(이한준 LH 사장) 등 한국의 초기 대응도 중국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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