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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하는 강인한 해경이 될 것"

입력
2023.08.0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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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창설 70주년, 김종욱 청창 인터뷰>
1989년 입직… 70년 역사 첫 순경 출신 청장
해체·부활 아픔 딛고, "이젠 달라졌다" 자신
"해역 감시범위 늘리고, 국제협력 확대해야"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경청 제공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경청 제공

김종욱(55) 해양경찰청장의 인천 연수구 자택 안방에는 해경ㆍ경찰ㆍ소방 등 재난 대응 기관이 함께 사용하는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 1대가 항상 켜져 있다. 스마트폰 형태의 전용 단말기는 집무실과 비서실, 관용차에도 1대씩 설치돼 있다. 지난 1일 오후 찾은 김 청장의 집무실 한쪽에 놓인 단말기에선 전남 여수 해상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 사고에 대응 중인 해경의 무전 내용이 숨 가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 청장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지휘를 할 수가 없다”며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재난망을 듣고 있다는 것을 현장 직원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7개월 전 취임사에서 “더 이상 바다에서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그를 해경 창설 70주년(9월 10일)을 앞두고 만났다.

"책임 수사 통해 해상 법질서 확립"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청장은 1989년 순경으로 해경에 입직해 울산해경서장, 동해지방해경청장, 본청 수사국장,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을 지냈다. 1953년 창설 이후 순경에서 차관급인 해경청장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지난 7개월 소회를 묻자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운을 뗀 김 청장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가 최우선 가치라는 말부터 꺼냈다. 내년에 10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이 미진했다는 이유로 조직이 해체됐다가 부활한 아픈 과거를 되새김과 동시에 이제는 180도 달라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해경 해체를 불러온)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해경은 해상 안전 관리와 구조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책임자)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부가 수동적 생각을 가졌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책무에서 숨거나 회피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취임 당시 ‘강인한 해경’을 강조했던 그는 “기상이 양호하고 평온한 바다에선 누구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며 "태풍 등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해경에게 많은 훈련은 필수”라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해상 법질서 확립을 위한 책임 수사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김 청장은 “국제우편을 통해서는 마약을 소규모밖에 못 들여오지만 해상으로는 막대한 양을 밀반입할 수 있는 것처럼 해상 범죄는 특수성이 있다”며 “연간 4만7,000여 건(2021년 기준)의 사건ㆍ사고를 수사하는 데 있어, 단 한 명의 억울한 국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책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상 사건ㆍ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해역 감시 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앞서 해경은 현재 우리 영해(8만6,004㎢)의 33.2%(2만8,560㎢)에 불과한 해상교통관제(VTX)구역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한국형 ‘해양영역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ㆍMDA)’ 체계를 구축해 감시 범위를 4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김 청장은 “국토 면적의 4.5배인 45만㎢에 이르는 해경 관할 해역 중 현재는 16%(7만2,000㎢)만 실시간 감시ㆍ경비가 가능하다”며 “국정과제인 한국형 MDA 구축 등을 통해 이를 70%(31만5,000㎢)까지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경으로 거듭"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인천 영종도 잠진도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해경청 제공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인천 영종도 잠진도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해경청 제공

김 청장은 국제 협력의 양적ㆍ질적 확대를 통해 ‘글로벌 해경’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도 전했다. 앞서 해경청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인도ㆍ중국ㆍ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 등 해양치안 기관장 정례회의를 재개하고 마약 범죄 대응을 위해 세계적 코카인 생산지인 콜롬비아의 해군 등과 업무 협력 의향서를 주고받았다. 이어 다음 달부터 캐나다ㆍ튀르키예ㆍ일본에서 차례로 열리는 해양치안 기관장 다자회의에 참석해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ㆍ일본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확정과 영유권 확보를 위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경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 국적 선박이 안전하게 항행하고 해양사고나 마약·밀입국·테러 등 국제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인도ㆍ싱가포르ㆍ베트남ㆍ일본 등 19개국 24개 치안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한 상태”라고 했다.

주변국들의 장비가 대형화ㆍ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김 청장은 “육상 경찰은 경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장비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경비함정·항공기 등을 통해 경찰권을 행사하는 해경은 다르다”며 “지속적으로 장비를 개선ㆍ도입하고 있지만 중국 등이 대형 함정을 건조해 주변에 배치하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경청은 배타적 경제수역 제도가 법제화되고 발효된 날이자 해경의 날인 9월 10일을 앞두고 이달 말 창설 70주년 기념식을 연다. 1953년 12월 부산에서 내무부 산하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해경은 1991년 경찰청 소속으로 전환됐다가 1998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2014년 11월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체됐다가 2년 8개월 만인 2017년 7월 부활했다.

본보와 인터뷰에서 취임 후 7개월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김종욱 청장. 해경청 제공

본보와 인터뷰에서 취임 후 7개월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김종욱 청장. 해경청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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