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본다.
곧 이뤄질 사법부 수장의 교체
대법관 수와 운영방식의 모순
국민을 위하는 제도개혁 기대
조만간 새로운 대법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 사법부는 3심제의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을 필두로 하여 6개의 고등법원, 18개의 지방법원 및 여러 지원, 시군법원을 둔 피라미드 형태이다.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수장일 뿐 아니라 판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어 사법행정에 있어서도 전체 법원의 수장이다. 이러한 법원 조직의 특성이 몇 년 전 소위 사법농단 사건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누가 대법원장이 되느냐는 것은 법원 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변호사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대법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13명의 대법관으로 대법원이 구성되어 있는데, 한 해 사건 접수건수가 2022년 기준 5만6,000건이 넘는다. 대법관 1인당 5,000건 가까운 사건을 1년 동안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협회에서 지속적으로 대법관 증원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대법관의 수를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린다면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대법관 증원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법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최고법원 구성 및 운영방식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미국 법원은 연방법원과 주법원으로 나뉘는데, 주대법원의 대법관 수는 5~9명이고, 연방대법관은 총 9명으로 종신직이다. 연방대법원의 1년 사건 접수건수는 5,000건 정도이다. 영국 대법원은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고, 상고사건은 1년에 200여 건 정도에 불과하다. 복잡한 하위 법원 체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와 5개 종류의 최고법원(연방일반·행정·재정·노동·사회 최고법원)이 있다. 5개 최고법원에 총 70여 개 재판부, 350여 명의 법관이 근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방일반최고법원은 150여 명이고, 사건 접수건수는 연간 4,000여 건 정도이다. 전원합의체 재판(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은 없으며 필요한 경우 각 부의 대표법관들로 구성된 연합부(연합부는 13~14명 정도의 법관으로 구성된다)에서 판단한다.
프랑스 최고법원에는 총 6개의 재판국이 설치되어 있고 각 재판국은 재판국장, 선임판사, 판사, 재판연구관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판사 수는 200여 명 정도 된다. 최고법원의 사건 접수건수는 연간 2만5,000건 정도이다. 프랑스도 전원합의체 재판은 없으며 필요한 경우 최소 3개 이상 재판국의 대표 법관들로 구성된 연합부에서 판단한다(최소 구성원은 13명이다). 이보다 큰 전원합의부에서도 최고법원장, 전체 재판국장 등 총 25명만이 참석한다.
영미법계의 대법원은 적은 수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2심, 3심으로 올라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사건 수가 적고, 대법관 모두가 모든 사건에 관여한다.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대법관 전원이 합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지므로 대법관 수는 10명 내외로 유지한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의 최고법원은 대법관이라는 명칭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수십 개의 재판부와 100명 이상의 법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원합의체 재판은 불가능하다.
대법원의 권위는 영미법계가 높다. 우리 대법원은 대법관 수는 영미법계인데, 운영방식은 대륙법계이어서 이 모순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각자 자기 유리한 대로 대법원의 구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과거 우리 대법원은 미국 연방대법원과 같은 정책법원을 추구하면서 대법원 사건접수를 줄이기 위해 상고법원 신설을 추진했으나 좌초되고 말았다. 국민이 법원에 바라는 바는 공정하고 충실한 사건 처리일 것이다. 새로운 대법원장은, 법원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사법제도 개선에 앞장서 주실 것을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