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큰손 'LH 카르텔', 관리·감독 손 놓고 전관예우만 챙겼다

입력
2023.08.02 08: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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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조 발주하는 건설 공룡
'철근 누락' 15곳 중 5곳, 직접 감리
'전관 업체'가 감리업체로 선정도
업계 "LH에 밉보여선 안 돼"

1일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 파주시 운정3(A23) 단지의 모습.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한곳이다. 연합뉴스

1일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 파주시 운정3(A23) 단지의 모습.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한곳이다. 연합뉴스


2년 전 '직원 땅투기' 사태에 이어 최근 아파트 15개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까지 드러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철근 누락 사태는 5년에 걸쳐 관행화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주체인 LH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설계·시공·감리 등에 LH 출신이 포진해 있어 'LH 카르텔'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국내 건설업계 '갑 중의 갑'이다. 올해 LH가 발주한 공사·용역 규모만 10조 원에 달한다. 건설업계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손이 LH다.

그럼에도 정작 LH 이름이 붙은 아파트는 하자와 부실이 쇄도해 '하자 아파트'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수요자 인식은 밑바닥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2021년 LH가 공급한 공공아파트 4만4,143가구에서 입주 후 1년 이내에 25만4,468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15개 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LH의 변함없는 무감각, 무신경이다. LH는 설계, 감리, 시공사를 직접 선정하는 등 건축 전 과정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LH는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시공사가 설계도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 감리인데,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5개 단지는 LH가 직접 감리를 맡았다.

카르텔 의혹도 자초하고 있다. LH가 전관예우를 의식해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것이 핵심이다. LH는 2021년부터 업체 선정 때 외부위원으로만 구성하는 등 전관예우를 불식시키는 방안을 시행했지만, 철근을 빼먹은 15곳은 개선안 시행 전인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사업승인이 난 곳들이다. 또 사달이 난 단지들의 감리를 맡은 업체 중 A사는 15곳 가운데 3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의 주 감리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LH 사업 중 5건이나 감리업체로 선정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류에 따르면, A회사는 LH 출신을 영입한 '전관 업체'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설계사, 감리회사 등 민간 업계에서 LH 퇴직 직원을 영입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데에는 최대 발주처인 LH에 밉보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라며 "이번 사태도 LH의 제 식구 챙기기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행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런 지적에 LH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현재 내부 조사 중이며, 앞으로 설계·감리사를 선정할 때 LH 전관 명단 전부를 제출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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