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갈등, 경제를 짓누르다

입력
2023.08.02 00:00
26면

러·우 전쟁이 뒤흔든 국제 에너지 시장
중동에서도 경제 짓누를 지역갈등 고조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 맞는 대전환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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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멈추고 한 송이 꽃이 피었네. 평화의 화신처럼. 나는 꽃을 보았네. 거친 이 들판에, 용사들의 넋처럼.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중동과 베트남 등 전쟁이 세계를 휩쓸며 분노와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시기, 1970년대 남성 사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렀던 노래다. 행군하며 군가처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한 '전장에 피는 꽃' 가사 일부인데, 군가 같지 않은 멜로디에 특히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노랫말은 평화를 갈망하는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물론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세상'은 군인만의 소망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보면 평화에 대한 소망은 더욱 간절하다. 그러나 전쟁은 단시간에 종식되지 않고, 러시아의 침공 후 500일을 넘긴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 당사자의 고통은 말할 것 없고, 다른 국가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에 시달리며 전쟁 종식에 대한 갈망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세계적 환경규제와 함께 수요가 증가한 천연가스는 공급량 기준 러시아의 시장점유 비중이 전쟁 이전 2020년대 초반 25%에 이를 정도여서 현재 그 충격은 극심하다. 천연가스 정도는 아니지만,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점유율 역시 10% 내외로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두 가지 주목할 소식이 있다. 전쟁을 수행하던 러시아 용병 기업의 반란, 그리고 대규모 살상이 가능한 집속탄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최근 용병 그룹의 반란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실제 낮출지 확신하기 어렵고 미국의 집속탄 제공이 과연 국제사회에서 정당화될지 이슈가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전쟁 종식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 종식과 평화에 대한 염원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고 심지어 끝나더라도 새로운 갈등과 전쟁의 공포는 계속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이러한 전쟁이 특히 문제인 이유는 갈등이 역사적 기원을 지녀 단기간 해결이 어렵고 지정학적 위치가 에너지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중동 지역에서 또 다른 갈등이 최근 고조되고 있다.

지난 7월 세계 원유수송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 시도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제2차 석유파동의 핵심이 이란의 미국 외교관 인질 사건이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첨예한데 실제 충돌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2019년에도 유사한 갈등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다. 또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즉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을 포함해 중동에서 불안정과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도 결국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그리고 다른 중동 국가와의 갈등이었기에 당장 전쟁이 아니더라도 경제를 짓누를 또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또 다른 국제갈등과 전쟁의 공포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갈등 외에도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 역시 에너지 비용을 높이는 지속적인 흐름이다. 결국,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이와 연결된 산업생산구조와 소비행태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단순히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과 가계가 실제 변화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포함해 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구조 적응을 위한 현실적이며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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