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명을 '백색 소음'처럼 여기면 치료 도움"

입력
2023.07.31 10:55
수정
2023.07.31 15:07
구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같은 이명은 대개 곧바로 사라지지만 지속되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면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명이 오래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평생 불청객이 될 수도 있다.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이명에 대해 알아봤다.

-이명이란.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 머리나 귀에서 ‘삐~’ ‘찌~’ ‘쉬~’ 또는 바람이나 심장박동 소리 등 의미 없는 소리가 들리는 이상 음감이다. 즉, 외부에서 발생하지 않은 소리가 내부에서 들린다고 느껴지는 상태이기에 이명으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더라도 주위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머리 내부에서 심장박동 소리나 혈류에 의한 특정 소리가 생겨 실제로 이상 음이 들리게 되기도 한다.

이명은 질병보다 증상으로 분류되며 미국 의학교육논단의 2022년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15%가 이명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특히 어린이 이명 발생률은 13%나 된다.

조용한 상태에서 경험하는 이명은 대부분 쉬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증상이지만 적당한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외부 자극이 없는데 불편함을 주는 실체 없는 소리가 계속 들리면 이명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중증 이명 환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에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이명의 원인과 진단은.

“이명은 객관적 이명과 주관적 이명으로 나뉜다. 객관적 이명은 드물게 발생하며 귓속뼈를 움직이는 근육이나 턱관절 이상, 혈관 문제 등으로 생기는데 때로는 주위 사람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객관적 이명은 원인이 밝혀지면 이에 대한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주관적 이명은 내이(內耳) 질환, 염증, 스트레스, 노화에 따른 청력 장애, 청신경 종양 등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고 비정상적이고 반복적인 뇌 내부 자극이 청각 신경을 자극해 환자 자신에게는 실제로 소리나는 것처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이명 발생 메커니즘에는 기분·정서를 담당하는 뇌 변연계와 밀접하게 관계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 등 정서장애가 있으면 이명 발생·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이비인후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협동 진료가 필요하며 선행 질환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이명 증상이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이명이라 생각했던 증상이 청각까지 잃게 만드는 돌발성 난청의 동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지만 난청과 어지럼증이 동반되면서 청각 신경 주변에서 발생한 뇌종양(청신경종, 전정신경종)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어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명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1~2개월 이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면 감별 진단을 위한 검사·상담으로 선행 요인과 악화 요인을 찾아야 한다.

이명을 진단하려면 환자는 전문의의 문진·진찰로 발생 주기나 증상, 이명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자세히 설명하고 자신의 청력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순음 청력 검사와 기본적인 건강 상태와 이명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각종 설문 검사와 이명 검사 등이 필요하다.”

-이명을 완화하는 방법은 없나.

“현재 이명 원인과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히 밝혀진 바가 없어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그러나 최근 ‘인지 행동 치료법’을 통해 이명을 자각하는 인지 상황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이명이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을 환자에게 실제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명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환자 자신이 이명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이명이라는 이상 음감을 객관화시켜 일상 속 사소한 잡음과 같은 범주에 혼합하는 뇌 훈련이 필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이런 방법을 구체적으로 상담하고 꾸준히 훈련하면 이명이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

이명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공포감으로 이명음 느낌에 더 집중하고 스스로 이를 분석하려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이명에 대한 자각 강도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명 완화를 위해 ‘이명 재훈련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치료는 상담과 이명과 비슷한 소리를 통해 뇌에서 이명을 사소한 자극으로 인식하도록 ‘습관화’해 뇌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이다.

‘백색 소음’이라는 일상 잡음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극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는 충분한 훈련으로 자신의 이명도 백색 소음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수준이 되면 이명감 예민도가 점점 줄고 거의 인지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이명 치료에는 최소 6개월에서 2년 정도 필요하기에 시간을 갖고 치료해야 하고 환자 자신도 충분한 수면·금주·금연·규칙적인 운동·건강한 식습관 유지·이명 치료를 위한 훈련 습관 형성 등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일상에서도 이명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 과음·과다 카페인 섭취 등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도 없애야 한다. 긴장감 해소만으로도 이명 증상이 줄어들 때가 많기에 야외·취미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몸과 마음의 안정·행복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이명이 발견되면 부모들이 크게 걱정한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의 이명 증상은 대부분 호전되거나 곧 잊고 지낼 때가 많기에 이비인후과를 찾아 기본적인 청각 관련 검사에서 특이한 이상이 없다면 상담과 관찰을 진행하면 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현실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보호자는 이명에 대한 불필요한 각성이나 강박적 사고를 갖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계속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한다면 앞서 언급된 중추나 내이 질환의 동반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이명이 심리적 요인 때문일 수 있기에 가정·학교 환경 및 심리 상담 등을 통해 평소 자녀가 처한 상황과 강박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게임이나 다른 유해한 정보 등에 노출돼 중독성 경향이나 강박 사고가 이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자가 세심하게 살피고 건강한 야외 활동을 권장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될 수 있다.”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