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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구걸'...북한이 보는 미중관계

입력
2023.08.01 00:00
27면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대화를 '구걸'한다고 했다(2023년 6월 21일). 중국의 '발전이익'을 침해하려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정책의 실패'의 자인이며 미국이 '극도의 불안과 초조함'을 보인 것이라며, 북한이 보는 현 미중 관계에 대한 평가를 나름 내렸다. '발전이익'은 '시진핑 외교사상' 얼개에 나오는, 소위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3대 '핵심이익' 중 하나인데, 이 표현을 반영한 것을 보면 북한도 나름대로 미중 경쟁에 대한 정책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주장이 미중 관계 역학을 관찰하는 오디언스 입장에서 얼핏 꽤 그럴듯하다는 점이다. 최근 미중 관계 행적을 보자면, 블링컨 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이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는 포문을 열었다. 그의 방중 한 달 전에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중 긴장을 푸는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데 미국이 '진심이다'라는 추측이 나왔다.

7월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였고, 그 뒤를 이어 국무장관을 역임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했고, 조만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중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 모든 고위급 방문에는 특이점이 있다. 모두 미국 측이 먼저 제안했고, 모두 미국 측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 대개 아쉬운 측이 먼저 부탁을 하고 찾아가는 법이니, 만남을 '구걸'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장관급 고위직이 연달아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역시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1970년대 미중 데탕트를 이끈 '핑퐁 외교'의 주역이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의 은밀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과연 그럴까? 미국 내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키신저는 미 정부가 파견한 것이 아니다. 워싱턴에는 "저 사람이 노욕이 있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자가발전'했다"는 말이 들린다.

분석적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이 비현실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입은 경제적 내상이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고 본다. 더구나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심지어 '시진핑 하야하라(習近平下台)!'라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선 매우 드문 일이다.

더불어 사회불안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청년 실업률은 20.8%를 기록했고,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으며, 고령화·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중국이 성장 동력을 잃고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제·사회적 위기다. 게다가 미국이 동맹들과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이 이미 상당한 조기 성과를 보이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미중 관계의 파국을 막는 동시에 현재 '중국 열세'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면 중국의 도전을 원만하게 좌절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리 모드'에 들어가고, 그것은 '소통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관점은 미국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반영하여 업데이트해 볼 만하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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