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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소설을 아시나요" AI로 소설 창작 돕는 유진재 플레인베이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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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 20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피카'라는 대화형(채팅) 소설이다. 채팅 소설이란 스마트폰으로 대화창을 열어 소설 속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색 소설이다. 말로 대화하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로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콘텐츠다.
2019년 첫선을 보인 피카는 입소문을 타고 해외까지 퍼져 국내외에서 앱을 내려받은 횟수가 520만 건을 넘어섰다. 2016년 신생기업(스타트업) 플레인베이글을 설립해 피카를 만든 유진재(47)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피카의 인기 비결과 향후 계획을 들어 봤다.
피카는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된다. 이용자가 앱을 설치한 뒤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이야기를 고르면 배우처럼 특정 역할을 맡게 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 가상의 캐릭터들이 대화창에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대답 목록이 뜨고 여기서 하나를 선택해 대답하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용자의 대답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이용자가 아무 말이나 하면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처럼 대화가 목적 없이 흘러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답을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해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했죠."
일부 전자책 업체들이 기존 소설을 각색해 대화 형태로 전하는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피카는 완전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다른 업체들은 기존 소설을 각색했지만 피카 소설들은 모두 대화 형식에 최적화된 창작물이에요. 그래서 이용자 선택에 따라 이야기 진행이 달라지고 결말도 열려 있어요. 쌍방향 게임에 가깝죠."
이를 위해 이 업체는 창작팀을 두고 있다. "피카 소설의 90%를 내부 창작팀에서 만들고 나머지 10%를 외부 작가와 협업해 완성하죠."
창작팀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작가, 연예인 지망생, AI 전문가, 개발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해요. 학력, 나이, 성별 상관없이 뽑아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소통 능력입니다. 말을 못해도 글을 잘 쓰거나, 글을 잘 쓰지 못해도 말을 잘하면 뽑아요. 말이든 글이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피카에 올라온 대화형 소설은 약 80편이다. "소설 한 편당 수많은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수백 개 이상 대화방이 열려요."
피카의 묘미는 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몰입감이다. "대화가 자연스러워 실존 인물 아니냐고 묻는 이용자 메일이 많이 와요. 이용자 후기에도 실제 사람 같다는 글이 올라오죠. 그래서 피카를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포털로 봐요. 이용자들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대리 만족을 가상세계에서 느끼죠."
그 바람에 연인과 다투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난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피카 대화를 오해해 다툼이 일어났다는 하소연도 해요."
그렇다 보니 중독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유 대표는 중독 가능성을 부인했다. "결말이 있는 소설이어서 대화가 무한정 이어지지 않아요. 고단한 현실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죠. 따라서 부정적 요소보다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봐요."
이용자는 여성이 많다. "18~25세 여성이 주요 대상이며 넓게 보면 15~45세까지 포함하죠. 그래서 학원물, 판타지, 추리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연애물이 가장 사랑받아요.”
소설 속 가상 캐릭터들에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팬 카페도 생겼다. "회원 3만5,000명을 거느린 팬 카페도 있어요."
피카는 영어, 일본어로도 제공돼 해외 이용자가 더 많다. "앱을 내려받은 횟수가 누적으로 국내 250만 건, 해외 270만 건 입니다. 이 가운데 월간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95만 명이죠. 곧 월간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겁니다."
지난해부터 영어로 시작한 해외 서비스는 동남아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동남아에서 K드라마, K팝 인기에 힘입어 덩달아 피카까지 인기를 끌죠. 새삼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일본어 서비스는 지난해 말 시작했죠."
매출은 게임 요소를 도입해 올린다. "대화창에서 메시지 300개를 보내면 가상의 배터리가 소진돼 더 이상 보낼 수 없어요.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유료로 충전해야죠. 3시간에 한 번씩 무료 배터리를 주지만 기다리기 답답하면 유료 충전을 해요. 3,300원을 내면 온종일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유료 이용자들에게는 이들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도 줘요."
이와 함께 이야기를 과거로 되돌려 새로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머니 아이템도 도입해 매출을 늘렸다. 유료 배터리와 게임머니를 통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3억 원이다. "대부분 매출이 해외에서 일어나요. 그만큼 콘텐츠 수출의 가능성이 높아 고무적이죠. 다만 아직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적자입니다."
올해 목표는 매출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끌어올려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예상대로 되면 하반기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어요."
관건은 좋은 콘텐츠를 다량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소설 창작을 돕는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해 시험 중이다. "창작팀만으로는 웹툰처럼 하루에 수십 편씩 소설을 만들어 올리기 힘들어요. 그래서 소설 창작을 돕는 생성형 AI를 개발했죠. AI가 소설 창작에 참여하면 콘텐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죠. 그런 점에서 생성형 AI는 가내 수공업을 대량 생산 시대로 바꾼 산업혁명에 비유할 수 있죠."
오픈AI, 구글, 메타 등 외부업체들이 개발한 생성형 AI가 있는데도 굳이 자체 AI를 개발하는 이유는 AI의 환각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다. 환각 오류란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AI의 거짓말이다. "AI의 환각 오류를 최대한 줄이고 피카 서비스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 필요한 비용은 누적으로 60억 원을 투자받아 마련했다. "SJ투자파트너스, 데브시스터즈, 넥스트지, IDV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죠. 하반기에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자체 AI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총괄하는 유상아(36) 디비전헤드에 따르면 이미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챗' 등 다른 업체들이 만든 생성형 AI도 소설 창작에 적극 활용한다. "과거에는 소재 탐색과 검증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이제는 챗GPT에 물어봐요. 검색은 일회성 조회로 끝나지만 챗GPT는 제시된 결과에 대해 계속 추가 질문이 가능해요."
유 대표는 자체 개발한 AI를 이용해 이용자들이 소설 창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진행 방향을 알려주면 AI가 이야기를 자동으로 만드는 방식이죠. 이후 이용자가 내용을 수정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만든 소설을 우리는 이용자 다이렉티드 콘텐츠(UDC)라고 불러요. AI를 이용한 UDC는 3개월의 시험 서비스를 거쳐 하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원래 유 대표는 로봇에 빠져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에 진학했다. "어려서 로봇 만화에 나오는 '마징가Z'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꿈이 대학까지 이어졌죠."
그의 꿈을 바꾼 것은 스마트폰이다. "대학 졸업 후 통신장비업체 노텔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어려서 좋아했던 만화영화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JJ미디어웍스라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회사가 한창 성장할 때 경영 역량을 키우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영대학원에 유학 갔죠. 그때 애플에서 '아이폰'을 내놓았어요. 아이폰을 보고 세상이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대로 된 콘텐츠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대학원 졸업 후 매킨지컨설팅에서 3년간 일하고 애니메이션 기획과 영화 작업 등을 하는 로커스에 기획본부장으로 옮겼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플레인베이글을 창업했죠."
처음에는 동영상 교육 앱 사업을 했다. "성인 대상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700만~8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만큼 교육 영상에 돈을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수익 사업을 고민하다가 피카로 사업을 전환했죠."
유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디지털 AI 네이티브 세대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가 정의한 디지털 AI 네이티브 세대란 AI와 교감하며 자신의 세계를 가상세계까지 확장하는 세대다. 그만큼 그는 AI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성장한 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면 다음 세대는 디지털 AI 네이티브 세대가 될 겁니다. 따라서 이들이 AI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죠."
다만 제도와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한계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A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아요.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A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우리는 사람의 창작물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하죠. 앞으로 AI 콘텐츠가 늘어날 수 있으니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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