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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아들의 죗값을 '삼족'이 지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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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緣坐)란 죄를 지은 친족, 즉 부모 형제 숙질과 나란히 단죄의 마당에 꿇려 앉히는 걸 말한다. 가족·혈족이 공적·사적 행위와 책임의 기본단위였던 근대 이전에는 영광의 자리에서든 처벌의 자리에서든 연좌되(하)는 게 당연시됐다. 그 형벌제도를 연좌제라 했다.
중국 명나라의 대명률에 근거를 두고 시행된 조선시대 연좌제는 반역의 대역죄나 이적·간첩행위의 모반죄, 삼강오상(삼강오륜)의 지배윤리를 거역한 강상의 죄 등 중죄에 주로 적용됐다. 죄의 경중에 따라 연좌 범위는 달랐지만, 중기 이후 당쟁이 심화하면서 '삼족(三族)의 멸문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삼족은 조부 대의 조족(祖族)과 아버지 대의 부족, 아들-손자 대의 기족(己族)을 가리킨다. 상호감시-연대책임의 연좌제는 근대적 '개인'이 탄생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한반도의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형사법적 연좌에 한해 폐지됐다. 물론 처벌만 금지됐을 뿐 공직 임용과 진학, 취업의 연좌 차별은 온존했고, 해방-건국 후 냉전과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체제 안정과 사회 안전의 명분으로 오히려 집요해졌다. 월북자나 반체제 인사의 자녀 및 친인척은 공직 취업이나 사관학교 진학은커녕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사적 감시·사찰도 연좌의 원칙에 의해 정당화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좌제는, 1980년 8월 1일 계엄령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의해 공식적으로 전면 금지·폐지됐다. 전두환 군사쿠데타 정권의 드문 치적 중 하나였다.
80년 10월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그러하다는 의미일 뿐, 연좌의 그림자는 관습적·문화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지금도 우리 사회에 드리워져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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