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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싸매 버려야 하는 부엌칼… 재활용 운명은 '봉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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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의 일용할 밥상을 책임지는 부엌칼과 냄비, 프라이팬. 내구성이 있어 보통 몇 년은 쓰지만 이 나간 칼이나, 코팅 벗겨진 팬처럼 쓸모를 다하면 작별할 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막상 버리자니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부엌칼, 주방가위는 금속과 플라스틱·나무 등이 혼합돼서 분리배출이 어렵죠. 날카로운 부분 때문에 함부로 내놓을 수도 없고요. 폐프라이팬이나 냄비도 금속으로만 돼있으면 고철로 내놓겠지만,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부속품이 있으면 헷갈리기만 합니다.
안전하게, 또 기왕이면 재활용도 되도록 지혜롭게 주방용품 버리는 법 알아볼까요.
재활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분리배출'이죠.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칼이나 주방가위를 재질별로 분리하는 건 어렵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도록 권고합니다.
환경부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 2020년 질의응답(Q&A)을 보면 "칼이나 가위, 송곳 같은 날카로운 물체는 배출·운반·선별 과정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고철 재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신문지와 테이프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밀봉한 후 종량제 봉투로 배출하는 게 좋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뽁뽁이(에어캡)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꽁꽁 감싸서 버려야 하는 이유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이 종량제 봉투 수거 과정에서 날카로운 물건에 찔리거나 베이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20년 차 환경미화원 장현석씨는 "깨진 유리나 그릇, 커터 칼·가위 등에 베이는 일이 지금도 매년 네다섯 건 발생하고, 심각하면 봉합·이식 수술을 받거나 2차 감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예전엔 사고가 매주 발생했다면, 최근엔 주민들의 안전한 배출법에 대한 인식 제고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물건을 버릴 때는 신문지, 테이프 등으로 감싼 뒤 빨간색으로 봉투 위나 박스 겉면에 '칼 조심' '깨진 유리 조심' 등의 안내 문구를 적어주면 사고 예방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주방용품은 어떨까요. 주물(무쇠) 냄비, 프라이팬은 고철로 분리배출하되, 플라스틱이 섞였다면 종량제 봉투로 버리면 됩니다. 숟가락·젓가락도 스테인리스 재질로만 돼있으면 고철로, 혼합 재질이면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칼·가위,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정답은 '어느 봉투'에 담기냐, 또 내가 '어느 지자체'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종량제 봉투는 크게 '소각용 봉투'와 '매립용 봉투'로 나뉩니다. 종이나 섬유 등 불에 타는 가연성 쓰레기는 전자에 넣어 소각하고, 깨진 유리나 도자기 등 잘 안 타는 불연성 쓰레기는 후자에 넣어 땅에 묻는 거죠. 주방용품은 아니지만 금속류인 철캔은 매립 후 땅에서 분해되는데 100년, 알루미늄캔은 500년 넘게 걸립니다. 재활용이 중요한 이유죠.
그럼 여기서 질문, 금속·플라스틱 혼합 제품은 소각용 봉투에 버려야 할까요 매립용 봉투에 버려야 할까요.
금속은 웬만한 고온에서는 안 타니 언뜻 생각하면 매립용 쓰레기로 배출해야 할 것 같지만, 재활용하려면 '소각용 봉투'에 넣어야 합니다.
한국폐기물협회 관계자는 "보통 칼·냄비 같은 혼합 재질 제품은 가연성(소각용) 봉투에 배출하도록 안내한다"며 "지자체마다 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설비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자력선별기·금속분리기를 통해 소각재에서 금속류를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부 '소각시설 설치 운영 지침' 등에 따르면 소각로 온도는 850~1,000도 범위에서 운영됩니다. 플라스틱은 재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웬만하면 100~360도 안팎에서 녹죠. 반면 금속의 녹는점은 훨씬 높아서, 이를테면 스테인리스는 1400~1530도는 돼야 녹기 시작합니다. 즉 소각 공정을 거치고 나면 플라스틱은 녹고, 금속은 남습니다.
이후 자력을 이용해 소각재와 잔여물에서 고철을 회수하면, 이를 폐고철 재활용 업체에서 가져가 활용하게 됩니다. 경기 부천시는 지난해 소각된 일반 쓰레기 7만1,735톤 중 20톤이 폐고철로 회수돼 재활용됐다고 하네요. 다만 지자체마다 소각장 설비가 달라서, 재활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한국폐기물협회 설명입니다.
이처럼 개별 가정 차원에서는 주방용품 분리배출이 어렵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도 100% 재활용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겠죠.
한 예로 현대홈쇼핑과 주방용품 제조업체 네오플램은 2020년 고객 참여 행사로 헌 프라이팬 6만여 개를 모은 뒤, 수작업으로 플라스틱 손잡이와 팬을 분리하고, 팬(고철)을 녹여 '북극곰 프라이팬' 2만 개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네오플램 관계자는 "집마다 처치 곤란인 폐프라이팬을 모은 뒤 재활용해도 성능이 동일한 알루미늄 소재만 선별해 새 제품으로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했다"고 했습니다. 이 업체는 평소 다른 제품을 만들 때도 일반 알루미늄보다 통상 5~10% 비싼 재활용 알루미늄을 원재료로 쓴다고 하네요.
자원을 아끼는 최선의 방법은 쓸 수 있는 만큼 오래 쓰는 것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작별의 순간에는 이처럼 최대한 재생이 가능한 폐기·재활용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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