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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면 대기 180분→10분" ‘패스 논란’ 휴가철에 다시 불 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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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기'가 가능한 꿈과 환상의 나라?
놀이동산에서 판매하는 '패스권'을 두고 최근 온라인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주목을 받았던 '불공정의 시작 놀이동산 패스권, 이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다시금 화제가 되면서다. 두 아이의 아빠인 글쓴이는 "패스권은 돈을 이용한 갑질을 공식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이라며 "(일반 고객이) 나는 기본 이용권만 샀으니 그럴 수 있겠다 하고 갑질을 수용하는 일종의 세뇌가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적었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섰다. 패스권에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기업이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해외 놀이동산에서도 오래전부터 도입해온 서비스"라고 했다. 반면 반대 측은 "일반 티켓 구입한 고객의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게 문제"라며 "돈으로 새치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놀이동산, 워터파크 등에서는 이른바 패스권을 판매 중이다. 기본 이용권 외에 추가 요금을 내고 패스권을 사면 어트랙션(놀이기구) 탑승 대기 시간이 단축돼 일반 고객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롯데월드 '매직패스 프리미엄', 에버랜드 '큐패스', 오션월드 '오션패스', 캐리비안베이 '캐비 플랜잇'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입장 시작 시간보다 빠르게 들어가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얼리파크인' 서비스도 있다. 최근 오션월드는 기존 입장 시간인 9시보다 90분 앞선 7시 30분부터 입장할 수 있는 '오션월드 얼리파크인' 상품을 출시했다. 하루 최대 500명에게만 한정 판매한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4월에는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과학과 교수가 방송에 나와 놀이동산 패스권 서비스를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그걸 보고 어떤 가치를 배우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먼저 줄을 선 사람이 먼저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패스권은 돈을 더 낸 사람에게 새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의 의견은 다양하다. 해당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준 만큼 값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패스권, 얼리파크인 티켓은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남편, 아들, 딸과 함께 롯데월드에 방문했다는 직장인 박소희(44)씨는 "주변 엄마들에게 아이들은 오래 서서 기다리기 힘들어 하니 가격 부담이 있더라도 매직패스를 사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패스권을 구입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어린 아이를 동반한 고객 등 그만큼의 수요가 있으니 기업에서 서비스를 운영할 것"이라며 "돈 낸 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님과 자주 롯데월드에 방문해 매직패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모(18)양은 "3시간 기다려야 하는 인기 놀이기구를 모두 빠르게 탈 수 있다"며 "힘든 대기 시간은 줄이고 최대한 많은 기구를 타면서 놀이공원을 온전히 즐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강현(23)씨 역시 "안정적 수입이 생긴다면 무조건 패스권을 살 것"이라며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인 서비스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돈으로 시간을 사는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돈만 내면 새치기도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주의적 인식을 심는다'고 지적한다.
대학생 박상희(24)씨는 "정당한 값을 주고 기본 이용권을 구입했는데 추가 금액을 낸 사람들로 인해 내 순서가 밀리면 그때부터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며 "시간의 손해를 일반 고객에게 떠넘기는 마케팅 구조가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속버스는 일반, 우등, 프리미엄 등 표 가격별로 버스를 따로 운영하는 것처럼 놀이동산에서도 일반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을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의 공공질서 교육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7월 부모님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패스권을 이용했다는 김모(22)양은 "일반 줄에 서있는 아이들 옆을 지나쳐 먼저 들어갈 때 눈치가 보였다"며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을 갖거나 박탈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해결책으로 "비행기 좌석처럼 소수의 지정석을 만들거나 패스권 고객 전용 입장 통로를 지하 등에 완전히 분리시켜 일반 고객의 불쾌함을 최소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방문하려는 테마파크가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의견이 갈렸다. 4월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얼리파크인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안모(26)씨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이때 아니면 언제 여길 또 오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며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티켓을 추가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패스권 논란에 대해 한 테마파크 측은 고객의 필요에 따른 마케팅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매직패스 프리미엄은 해외 관광객, 한정된 시간 내에 파크를 이용해야 하는 손님,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의 수요가 높다"며 "해외 테마파크에서는 국내보다 먼저 어트랙션 우선 탑승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직패스 프리미엄은 일별 방문객 규모에 따라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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