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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년, 역사에 대한 직무유기 언제까지

입력
2023.07.27 04:30
27면

1951년 10월 1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정전회담에서 유엔군의 머리(오른쪽) 대령과 장춘산 북한 인민군 대령이 남북군사분계선이 그려진 지도를 보며 가서명하고 있다. 그해 7월 10일 시작된 휴전협정은 747일 후인 1953년 7월 27일에야 체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51년 10월 1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정전회담에서 유엔군의 머리(오른쪽) 대령과 장춘산 북한 인민군 대령이 남북군사분계선이 그려진 지도를 보며 가서명하고 있다. 그해 7월 10일 시작된 휴전협정은 747일 후인 1953년 7월 27일에야 체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됐다. 북한의 침공에 대한민국은 한때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갑작스러운 중국군의 개입으로 전선이 교착됐고 결국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1,127일간 200만 명의 희생자가 나온 뒤였다.

휴전선이 그어지고 포성은 멎었지만 평화가 온 건 아니었다. 북한은 협정을 수십만 건 위반했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은 종전이 아닌 정전의 의미를 일깨웠다. 최근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7차 핵실험도 언제든 감행할 태세다. 이 와중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한강의 기적은 세계사적으로도 찬란하다.

70년 세월에도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는 그대로다. 정부는 27일 부산에서 ‘유엔군참전의날ㆍ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을 연다. 22개 참전국 대표 등 4,000여 명이 참석한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전열사묘와 중국군능원을 찾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은 북한 열병식에 참석, 세 과시를 할 참이다.

정전체제가 70년이나 이어진 걸 정상이라 할 순 없다. 냉전이 끝난 지도 34년이 지났는데 유독 한반도만 과거에 묶여 있다. 이젠 항구적 평화와 상호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을 천명한 7ㆍ4 공동성명과 몇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북한이 감히 넘볼 수 없도록 국방력을 키우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고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 구축과 상생, 장기적으로 통일까지 도모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같은 말과 문화를 오랫동안 함께해온 한민족이 기묘한 정전체제를 방치하는 건 역사적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후세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정부도 성실히 임해 새로운 70년을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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