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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한국? 문제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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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이 있다. 노동 시장과 복지 제도의 양쪽에서 강한 이중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전통적인 성 역할과 가부장제가 끈끈히 남아 있으며, 좌우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을 위한 나라가 없다고 불린다."
이들 문장의 주어로 두 나라의 이름을 번갈아 떠올려보자. 한국과 이탈리아. 둘 중 어느 나라가 와도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신간 '이탈리아로 가는 길'의 저자 조귀동이 '한국은 지금 어떤 유형의 사회로 나가고 있는가'를 묻고,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선진국이라는 약속의 땅이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선망했던 미국 혹은 스웨덴 같은 나라가 아닌, 실은 우리와 비슷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이탈리아에 가장 가깝다는 깨달음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전작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1990년대생의 불평등에 주목하고,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문제를 소환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선진국의 좌표를 짚는다. 그리고 이 좌표대로라면 결국 포퓰리즘 정치의 나라, 총체적 난국에 처한 선진국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두 나라 공히 노동시장이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나뉜 강한 이중구조를 보이고, 이는 그대로 사회복지의 이중 구조를 낳았다. 심지어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출산율과 혼인율이 가장 낮은 사회라는 점도 닮았다. 경제구조에 더해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저출생의 요인으로 꼽힌다는 점, 거칠고 진득한 포퓰리즘 정치가 주류에 편입해 있는 정치 사정까지 판박이다.
저자는 두 나라의 닮은 지표를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 복합적인 불평등이 고착한 모습, 뒤처진 사람들의 불만이 동력이 된 정치판에서 포퓰리즘이 자리 잡은 과정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부동산, 교육, 복지 등 모든 분야의 양극화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작금의 상황과 무능력한 정치판의 현실을 열거하며 "어떤 개혁도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됐다"고 낙담한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진짜 정치'를 복원하는 법으로 책을 갈무리한다.
그런데 저자는 기성 정치인과 정당을 향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역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는 무능력한 집단이라고 일갈하지 않았던가. 결국 이 책은 정치권 밖에 있는 유권자 독자를 위한 책이다. 포퓰리즘 선진국의 좌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결국 깨어 있는 유권자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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