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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만 나오는데 이렇게 재미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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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여기 세 명의 모범생이 있다.
2학년 6반의 반장 '이아랑'. 학년 최고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이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탓에 적절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진로 고민조차 함께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할 때면 “대학에 가면 다 좋아”질 거라고 애써 믿어본다. 아랑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곽연두'가 부럽다. 연두는 아랑 다음으로 공부를 잘하지만 모범생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늘 노는 척을 한다. 1등을 놓치지 않는 아랑에게 슬슬 라이벌 의식이 싹트는 중이다. 항상 웃는 얼굴의 모범생 '하은'은 친구들처럼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 뒤로 은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수신지 작가의 출판 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세 친구가 겪는 우정과 기쁨, 질투와 비밀, 슬픔과 성장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배경이지만 학원물이면 으레 등장하는 일진도, 아이돌도, 폭력도, 연애 사건도 없다. 그저 모범생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하는 이야기다. 일탈이라면 성적장학금을 받은 아랑이 엄마 몰래 돈을 쓰는 정도의 일인데 나는 그만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이게 일탈이라고? 아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모범생의 세계!
그래서일까? 모범생의 일상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게 처음이라서? 마성의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펙터클한 전개도 없는데 신기하게 이 만화, 모든 장면이 흥미진진 재미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의 힘이리라. 작가는 전작 '며느라기', '곤'에서도 악역을 내세워 공분을 느끼게 한 후 시원하게 응징하는 ‘사이다 서사’의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이 작품 역시 누구 하나 ‘착한 애’나 ‘나쁜 애’로 납작하게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이기적으로 굴 때가 있고, 질시하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속이 끓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차가운 본심을 내뱉기도 한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고 나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들. 하루에도 몇 번씩 말랑함과 뾰족함을 오가는 마음을 우리도 한때 가져봤기에, 책장을 넘길수록 세 친구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공부도 하면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아랑의 고충을 이해한다. (자습 시간에 떠들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미안했다, 반장들아!) 괜히 쿨한 척하는 연두가 얄밉다가도 그 마음이 뭔지도 알아서 찡하고 안쓰럽다. (연두도 1등 한 번 하면 좋겠다!) 은이는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이제 진실을 말하자. 용기를 내. 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 (웃는 입은 너무나도 귀엽지만.) 이 친구들이 과연 어떻게 성장하고 사랑하고 살아갈지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싶다. 수학여행이 예고된 3권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 (한 20권까지 오래오래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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