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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나… 하위직 공무원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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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구청, 서울시 그리고 국가까지. 결국 ‘윗선’ 누구도 참사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인가.”
서울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159명의 목숨이 사그라진 지 269일째 되는 날인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으로 즉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보며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상민 장관에 앞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등 구속 기소된 경찰과 구청 공무원 6명은 최근 한 달여 사이 차례로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석방 이튿날 출근했고, 최 전 과장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불구속 기소됐던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정년 1년을 앞둔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공로연수에 들어갔고,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은 1년간 지방 교육에 파견됐다. 이들에겐 사법적 판단이 남았다고 하지만 선고까진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 최고위층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도 지지부진하다. 최고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검찰에 송치조차 안 되며 ‘면죄부’를 받았다. 서울 치안 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검찰에 넘겨진 지 반년이 넘었지만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윗선’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결정이 반복되면 사회 분열과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거란 지적도 나온다. 14명이 사망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후 충북도부터 청주시 등 관계 기관들이 일제히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난이 닥치면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국민을 구해 주지도 않을 것이란 불신이 팽배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장관의 직무 복귀를 바라보는 하위직(6~9급) 공무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장관이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 결국 최일선에서 땀 흘리는 현장 공무원들만 처벌받는다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원 참사 때도 현장에서 상황을 수습했던 경찰ㆍ시청ㆍ구청ㆍ소방직 등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처음에 수사 대상에 올라 고초를 겪었고,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역시 국무조정실과 검찰이 현재 지차체와 경찰 하위직부터 감찰ㆍ수사하고 있다.
9급 출신 공무원으로 안전 관리와 단속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공무원 A씨는 “잘못되면 내가 전부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며 “재난ㆍ안전 관리와 민원 응대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탄식했다. 또 다른 9급 출신 지방 광역단체 공무원 B씨는 “탄핵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장차관 어느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점이 서글프다”며 “공무원이 누구를 믿고 따를 것이며, 누가 진심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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